"가뜩이나 힘든데" 자영업자 패닉…'대형 폭탄' 또 터졌다

입력 2024-12-09 17:41   수정 2024-12-1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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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이 지난 1년 동안 2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수익여신은 이자 상환조차 이뤄지지 못해 이른바 ‘깡통대출’로 불리는 악성 채무를 의미한다.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고금리 기조가 이어져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실물경제로 옮겨붙을 조짐을 보이는 만큼 당분간 부실 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영업·中企 깡통대출 증가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4조2773억원이었다. 전년 동기(3조5769억원) 대비 7004억원(19.6%) 증가했다. 직전 분기인 올해 6월 말(3조7946억원)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4827억원(12.7%) 급증했다.

은행별로 보면 올해 9월 말 무수익여신이 가장 많은 곳은 농협은행(1조1005억원)이었다. 농협은행의 무수익여신은 작년 9월 말까지만 해도 6782억원에 그쳤는데 1년 사이 62.3%(4223억원)나 늘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7735억원에서 9625억원으로 24.4%(1890억원)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7748억원에서 9289억원으로 19.9%(1541억원) 불어났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7049억원에서 7145억원으로 1.4%(96억원) 늘어나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우리은행의 무수익여신은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6455억원에서 5709억원으로 11.6%(746억원) 감소했다.
“탄핵 정국에 부실 대출 급증 우려”
무수익여신은 90일 이상 연체가 발생한 대출이나 이자 상환이 이뤄지더라도 이자를 수익으로 여기지 않는 부도 업체 등에 내준 대출 등을 의미한다. 경제가 성장해 은행의 대출자산이 늘어나면 무수익여신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무수익여신 증가 속도가 전체 대출자산과 비교해 가파르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총여신 잔액은 작년 9월 말 1631조3898억원에서 올해 9월 말 1759조1847억원으로 7.8%(127조7949억원) 늘었는데, 같은 기간 무수익여신 잔액은 20% 가까이 증가했다.

무수익여신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농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대내외적 경기 불안정성이 확대돼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중심으로 무수익여신 발생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해 대출 부실화 방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새출발기금 등 은행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은 무수익여신이 전체 대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건전성에 큰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게 은행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로 인한 탄핵 정국의 여파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큰 충격을 가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이 끊기고 회식이 줄취소돼 주요 상권의 연말 특수가 실종된 상태기 때문이다. 특히 환율 급등에 따라 생활물가 상승과 내수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전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작년 9월 말 0.39%에서 올해 9월 말 0.45%로 0.06%포인트 올랐다. 2년 전인 2022년 9월 말(0.21%)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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