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바이오기업들이 잇달아 상장예비심사를 자진 취하하거나 상장을 철회하면서 업계와 벤처캐피털(VC)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기술특례 상장에 도전한 줄기세포 전문기업 넥셀이 상장예비심사를 자진 취하한 데 이어 이달에는 올해 ‘최대어’로 꼽힌 신약개발기업 오름테라퓨틱이 상장을 철회했다. 특히 다국적제약사로부터 복수의 기술 수출 성과를 낸 오름테라퓨틱의 상장 철회에 많은 업계 관계자가 충격을 받았다.
바이오기업의 기업공개(IPO) 문턱은 투자심리 악화와 함께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과거 신라젠 사태는 물론 최근 무죄 판결을 받은 ‘인보사 사태’ 당시에도 바이오기업 상장에 칼바람이 불었다.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로는 기술특례상장으로 상장하려는 기업에 대한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의 검증이 더 엄격해졌다.
오름테라퓨틱은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네 차례에 이은 정정 요구에 지난달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하반기 상장에 나서는 바이오기업 중 대부분은 금감원 지적으로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며 상장 시점이 2개월 이상 연기됐다.
지난 5월 코스닥시장 상장에 도전한 넥셀은 대부분 투자업계가 비교적 ‘순탄하게’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기업이다. 신약 독성 검사에 필요한 심장세포를 줄기세포로 만드는 넥셀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일본 최대 임상시험수탁사(CRO) 시믹 등을 고객사로 확보해 매출이 가파르게 늘었다. 40억원인 올해 매출은 내년 100억원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하지만 거래소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에 비해 다소 줄어 검증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자진 철회를 유도했다. 투자업계에선 “아직 사업이 본격화되지 않은 시점의 매출로 지적하는 건 과도하다”며 “미래 사업성을 우선 봐야 할 기술특례상장 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거래소의 늑장 심사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규정상 영업일 기준 45일 내로 심사해야 하는 거래소의 심사가 10개월을 훌쩍 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보통 심사 기간엔 자본에 변동을 주는 전환사채(CB) 발행이나 유상증자가 금지되기 때문에 최근과 같은 바이오 혹한기엔 업계에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기술특례로 상장한 신약기업은 2021년 6개, 2022년 4개, 2023년 6개에 이어 올해는 3곳에 그쳤다. IPO에서 미끄러지는 건 단순히 상장 시점이 밀리는 게 아니라 그사이 자금 조달을 못 해 고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좀비기업’의 퇴출은 용이하게 하되 진흙 속 진주마저 버리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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