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바로 위 선배 B와 함께 지내면서 많은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A가 생각하는 B는 폭언이나 욕설은 없지만, 업무적으로 은근히 자신을 무시해서 기분을 나쁘게 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한 비난을 A에게만 토로하여 A에게 항상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A는 시간이 지나 B와 업무 접점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B는 여전히 A를 찾아와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을 배설하고 있습니다. 이에 A는 중간 관리자에게 B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였으나, 중간 관리자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고 ‘없다’고 하자 B가 A와 친하다고 생각하여 발생한 일이니 이해를 부탁하면서 자신이 B를 면담해 A의 고충을 잘 전달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중간 관리자는 A의 고충을 잘못 전달하여 A와 B 사이에 큰 오해가 생기게 되었고, 이후 B는 A를 대상으로 업무를 추가로 부여하거나 제대로 인수인계도 하지 않고 공통 업무를 부여하는 등 교묘한 괴롭힘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A는 최종 관리자를 찾아가 B에 대한 불편함과 중간 관리자의 대응에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최종 관리자는 중간 관리자의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중간 관리자가 A와 B의 관계를 위한 행위라며 이해를 강요하였고, 업무 부여는 B가 그동안 A와 구성원을 배려했던 업무가 이제야 분배가 된 것이지 A에게만 과도하게 업무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오해하지 말라고 답변했습니다.
이후 A는 조직에 크게 실망하고 B, 중간 관리자, 최종 관리자를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하였고, 결국 인사부서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습니다.
사안은 관리자급에서 A의 고충에 대한 초기 대응이 미흡하여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입니다. 이러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직에서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구성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에서 비롯한 고충의 목소리를 내는 단계는 ①부서 내 관리자(중간 관리자, 최종 관리자), ②인사부서 또는 고충처리담당부서, ③외부기관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각 단계를 순차적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직장 내 괴롭힘을 전담하는 부서의 노력과 함께 일선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는 관리자들의 고충관리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의 법제화로 조직 감수성 수준이 상당히 높아지면서 현장에서는 폭언, 막말, 폭행 등의 대표적인 직장 내 괴롭힘 행위과 함께 교묘한 괴롭힘, 성향·성격 차이, 관계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지속적 불편함 등의 갈등을 관리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고충처리담당부서의 입장에서 이러한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가 접수되면 법적 요건에 따른 검토에도 애로가 많고, 법적인 조치와는 별개로 조직 내에서 관리하거나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아 상당히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따라서 관리자들의 갈등관리역량을 함양하기 위하여 고충처리담당부서와 관리자들의 협업 구조를 구축하는 등 고충처리시스템 내에서 관리자의 역할과 역량을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리자들에게는 구성원들이 고충을 제기하면 단순히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절차와 그 의사를 확인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업무배분권, 인사권, 상담의 용이성 등의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여 일선에서 고충의 해결책을 강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고충처리담당부서는 갈등상황에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관리자들에 의한 2차 가해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관리자들에게 각 사안에 적절한 조언을 제공하도록 협업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그 효과성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공감과 존중이 고충처리의 기초가 될 수 있도록 관리자 교육을 제공하여야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기대에 따라 목소리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조직 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덮겠다고 구성원을 압박하는 행위는 불필요하지만, 조직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방관하거나 고충처리 담당부서에서 처리할 사안이라고만 여긴다면 구성원들은 고충처리 부서나 외부기관 등으로 그 목소리의 크기를 키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신고는 신고자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있는 행동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의사에 따라 고충을 차별하지 않도록 관리자들과 고충처리담당부서가 적절히 협업할 수 있는 고충처리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자에게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함양할 수 있도록 교육과 코칭을 제공한다면 이직, 노사분쟁, 직장 내 괴롭힘 등에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면서 효율적인 조직관리를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용선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책임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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