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는 일몰기한을 올해 말에서 3년 연장하는 내용만 포함됐다. 새로운 세제혜택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여야는 앞서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율을 기존 15%에서 20%로 5%포인트 올리고, 1%인 연구개발(R&D)용 시설투자 공제율을 20%로 높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탄핵 정국에 휩쓸려 모든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반도체 연구인력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를 허용하는 반도체특별법은 논의 대상에 오르지도 못했다.
업계에선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정회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2.0 시대’를 앞두고 우리 기업들이 기댈 곳은 한국 정부와 정치권밖에 없었다”며 “K칩스법이 반쪽짜리로 전락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반격의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파운드리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점유율은 올 2분기 11.5%에서 3분기 9.3%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세계 1위 TSMC의 점유율은 62.3%에서 64.9%로 상승했고, 3위 중국 SMIC는 5.7%에서 6.0%로 뛰었다. TSMC가 3나노미터(㎚) 등 첨단 공정에서 독주하고, SMIC는 ‘40% 폭탄 세일’을 앞세워 10㎚ 이상 성숙 공정에서 ‘한국 점유율 뺏기’에 나선 결과다. 중국 파운드리 기업의 영토가 넓어지면 삼성전자뿐 아니라 DB하이텍, SK키파운드리 등 국내 중소 파운드리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과의 출혈 경쟁이 시작되면 2년 전 90%대 중반에서 올 3분기 70%대 중반까지 내려온 한국 파운드리 기업의 성숙 공정 가동률은 한층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진섭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정치적인 상황이 어렵지만 보조금 등 지원을 늘리고 주 52시간 문제 등을 풀 수 있는 반도체 지원 법안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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