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12·3 계엄 사태에 대해 국민 앞에 4차례 고개 숙여 사과했다. 여당 국회의원의 호통에 국회를 찾은 국무위원들도 사과했지만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한 총리는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 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 출석해 "국민 앞에 국무위원과 함께 백배 사죄하시라"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겠다"며 90도 사과했다.
한 총리는 비상계엄 지시 경위와 관련해 "반대하는 의사를 분명하게 했고, 국무위원들을 소집해서 국무회의를 명분으로 대통령의 그런 의지를 (중단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서 노력했다"며 "그러나 궁극적으로 막지 못했다.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많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지금 며칠이 지났나. 한참이 지났는데 이제 와서 그런 얘기를 하나. 당장 그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잘못됐다', '국무총리로서 잘못됐다고 국민 앞에 보고드린다'고 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이제 와서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비겁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다시 한번 국민 앞에, 국무위원과 함께 국민 앞에 100배 사죄하시라"며 "허리를 굽혀 사죄하시라"고 요구했다.
이에 한 총리는 "국민께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 제가 죄책감을 느낀다고 얘기했고, 사죄 인사도 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지만, 서 의원은 "국민께 허리를 90도로 굽혀서 사죄하시라"고 거듭 촉구했다.
순간 야당 의석에서는 "국무위원들 뭐 하시나. 같이 나와서 사과하라"는 야유가 쏟아졌다. 서 의원도 "국무위원들도 다 일어나서 같이 국민께 백배사죄한다고 제안하시라"고 요구했다.
한 총리는 "국무총리가 대표로 한 것으로 그렇게 양해를 해주시기 바란다. 제가 다시 한번 국무위원을 대표해서 사죄 인사를 드리겠다"며 다시 나와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도 서 의원은 "대한민국이 위기였다. 지금 국무위원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서 국민 앞에 사죄드리라"고 요구했는데, 한 총리는 "제가 대신 한 번 더"라고 말하며 3번째로 고개를 숙였다.
그 사이 일부 국무위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서 의원은 한 총리를 향해 "다 일어나고 있다"고 단독 사과를 제지한 후 "다 같이 일어나시라. 국무위원 모두 다 국민 앞에 백배 사죄드린다고 크게 인사하시라. 사죄하시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다수의 국무위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고, 한 총리도 "제가 다시 한번 하겠다"며 4번째로 자리 옆으로 나와 사과했다.
국무위원들은 한 차례 이상 일어나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김 장관은 꼿꼿하게 정면만을 응시했다. 그는 여당 의원의 거듭된 질타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고개 또한 숙이지 않았다.
김 장관은 이날 계엄에 대한 찬반을 묻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계엄에 반대한다"면서도 "탄핵은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윤 의원이 '국민 김문수로서 묻는다'고 재차 질문하자, "이 부분은 지금 답변할 필요도 없고 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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