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 경제 분석을 맡고 있는 욘 파렐리우센 담당관(수석이코노미스트·사진)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사태의) 경제적 여파는 정치 상황이 얼마나 빨리 해결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OECD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0.1%포인트 내렸는데 비상계엄 사태 전개에 따라 성장률을 추가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파렐리우센 담당관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전례 없는 사건(unprecedented episode)”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는) 대중과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한국에 가지고 있던 몇 가지 기본 가정을 재평가하도록 만들었다”며 “(원·달러 환율 급등 등) 통화시장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에 규정된 대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투표와 계엄령 해제는 상황을 안정화하고, 한국이 강력한 정치적 견제와 균형을 갖춘 개방적 민주주의 국가라는 신뢰를 회복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한 당국의 조치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재까지 OECD는 한국 경제가 올해 2.3% 성장한 뒤 내년엔 2.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지난 9월 전망치보다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낮춘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증가하던 수출이 둔화할 것이란 게 OECD 관측이다. 다만 이 전망치엔 비상계엄 여파가 반영되지 않았다.
파렐리우센 담당관은 “계속되는 정치 혼란은 불확실성과 신뢰도 측면에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치적 대립, 시위, 파업이 길어지면 수요가 위축되고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다음번에는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정치 상황이 신속히 민주적 제도를 완전히 존중해 해결된다면 신뢰가 회복되고 국민적 불안의 영향도 제한될 것”이라며 “이 경우엔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2016~2017년 촛불 시위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을 때 한동안 수요가 억제됐으나 상황이 해결되면서 다시 반등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파렐리우센 담당관은 보호무역주의 대두 등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이후) 보호무역주의 강화 여파를 줄이기 위해 양자 및 다자간에 적극적으로 노력하면서 공급망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구조개혁도 주문했다. 그는 “경쟁력을 강화하고, 노동시장을 더욱 포용적이면서 가족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한 개혁은 성장률과 복지, 외부 충격에 대한 한국의 회복력을 높일 것”이라며 “이는 국회 의제에서 최우선 순위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렐리우센 담당관은 정치권을 향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양극화된 정치는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한다”며 “여야도 앞으로 더 나은 협력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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