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아이 돌보듯이…아이들도 어른 지켜봐, 난 잊혀지는 어른 되고파

입력 2024-12-12 17:24   수정 2024-12-13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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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떤 어른이 돼야 할까요?”

4년 전 <어린이라는 세계>로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김소영 작가(사진)가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이 책은 김 작가가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만난 어린이들 특유의 생각과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해 쓴 에세이 모음집이다. 20만 부 이상 팔린 이 책은 2021년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독자 투표를 통해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새 에세이집 <어떤 어른>을 발표한 김 작가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작에서 어린이의 세계를 만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어른이 돼야 할까, 어른으로서 무슨 역할을 해야 할까 고민하는 독자를 많이 만났다”며 책을 낸 배경을 설명했다.

어른이 어린이를 보듯, 어린이도 어른을 본다. 어린이는 어른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산다는 게 어떤 건지를 배운다. 김 작가는 이번 책에 어린이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어른의 모습을 담았다. 동네 어린이들이 주인 잃은 강아지를 맡기러 갑작스레 들이닥쳤을 때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세탁소 사장님도 있고, 아침마다 등교하는 어린이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녹색 어머니’도 있다. 김 작가는 “어떤 어른이 좋은 어른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며 “어린이가 다양한 어른을 만나 다양한 형태의 롤 모델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김 작가는 졸업 후 출판사에서 13년간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다. 편집자를 그만두고 독서교실을 연 지 올해로 11년 차다. 김 작가는 “자녀가 없기도 하고, 편집자로 일할 땐 독자로서의 어린이만 신경 썼다”며 “독서교실을 열고 어린이들과 책을 읽고 직접 소통하다 보니 어린이, 나아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아줌마든 아저씨든, 우리는 모두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소수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김 작가는 “어린이가 처한 어려움은 넓게 보면 다른 사회적 약자가 차별을 겪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했다. 예컨대 어린이가 사용하기 힘든 시설물은 신체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을 겪는다. ‘노키즈존’과 ‘노시니어존’은 특정 연령대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배제당한다는 점에서 같은 유형의 차별이다. 김 작가는 “아이들에게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차별금지법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을까.

“‘잊혀지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스스로 어린이를 대할 때 다정하고 정중하게 대하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어린이가 자라면서 만나는 어른들이 모두 다정하고 좋은 사람들이라서, 나는 특별히 기억에 남을 것 없는 어른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제 책을 찾아 읽는 독자는 좋은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험악하고 메마른 세상을 살아가는 와중에 좋은 어른이 되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서로의 존재로부터 위로를 받길 바랍니다.”

신연수 기자/사진=이솔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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