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빛이 말을 거는 계절이다. 어둠이 길어질수록 빛은 더 선명해지고, 그 속에서 우리는 위로와 용기를 찾는다. 크리스마스의 빛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우리를 연결하는 금실(金絲)과도 같다. 한강 작가가 어린 시절 연필로 적은 “사랑은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라는 표현처럼 빛과 사랑은 우리의 삶을 잇는 실이 된다.
2024년 대한민국은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연말을 맞았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사람들은 복잡한 현실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을 환히 비춰줄 빛을 찾는다. 겨울의 불빛은 우리 마음을 어루만지고, 지나온 시간의 고통을 위로하며,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할 용기를 준다.
도시 곳곳에서 만나는 크리스마스 장식은 그런 위로와 희망의 상징이다. 화려한 조명을 수놓은 백화점과 쇼핑몰에서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설렘과 따뜻함이 피어나고, 그 안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다. 집이라는 가장 소중한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작은 크리스마스 장식도 특별하다. 단 한 줄의 전구, 작은 트리 하나만으로도 가족 간의 따뜻한 추억이 피어나고 일상의 공간이 빛나는 장소로 변한다.
겨울의 빛은 단순히 눈으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새기는 경험이다. 그 빛은 위로이고, 희망이며, 사랑이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또 다른 이에게는 지나온 시간의 고통을 넘는 용기를 선사한다.
크리스마스의 빛은 단순한 장식 이상이다. 그것은 우리를 연결하며, 서로를 잇는 실이 되고, 빛나는 내일을 향해 나아가게 한다. 이 어수선함 속에서도 크리스마스의 불빛은 우리에게 속삭인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당신의 연말을 따뜻하게 채워보라고. 12월의 도시는 여전히 빛으로 가득하다.
서울 시내 백화점들 3색 '크리스마스 장식'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잔디광장 일대는 ‘유럽의 겨울왕국’이 됐다. 올해 크리스마스마켓은 2314㎡ 규모다. 크리스마스 상점은 41개로 형형색색의 크리스마스 테마 상점이 늘어섰다.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부터 소품, 액세서리 등과 함께 먹거리까지 다양해 겨울 유럽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회전목마도 크리스마스마켓 내부로 들여왔다. 크리스마스트리는 높이 22m의 위용을 자랑한다. 크리스마스의 설렘을 담아 소원을 적어 걸 수 있는 ‘소원의 벽’과 빈티지 콘셉트의 엘리베이터가 함께한다.
● 해리와 함께 18세기 유럽으로 떠나는 여정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은 올해 18세기 유럽의 분위기를 담은 ‘움직이는 대극장’으로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발을 디디는 순간 아기곰 해리와 함께 ‘최고의 쇼’를 펼치는 대극장을 찾는 여정이 시작된다. 주인공인 해리는 열기구를 타고 대극장을 찾아 떠난다. 이야기의 배경은 18세기 유럽. 1730~1760년 유행한 로코코 양식을 구현하기 위해 화려한 색채와 곡선으로 장식된 서커스 극장과 열기구를 차례대로 만나볼 수 있다. 6개의 열기구는 높이 7m, 너비 5m 규모로, 각각 6대륙(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의 평화를 상징한다. 마술극장, 묘기극장, 음악극장을 차례대로 지난다. 해리의 여정의 하이라이트는 대극장이다. 18세기 프랑스에서 유행한 로코코 양식의 조개껍데기, 꽃, 포도나무 덩굴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장식과 붉은색 벨벳 커튼으로 꾸며졌다. 대극장으로 들어서면 높이 8m의 회전형 크리스마스트리가 반겨준다.
● ‘원더풀 쇼타임’으로 브로드웨이 분위기 즐겨볼까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은 ‘시어터 소공’으로 변신해 1900년대 뮤지컬 극장가를 걷는 듯한 분위기로 꾸몄다. 본점 앞 거리와 출입구를 올해 크리스마스 테마인 ‘원더풀 쇼타임’에 걸맞은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장식했다. 3개 대형 쇼윈도에는 국내 유명 아티스트인 윤여준, 빠키, 그레이스 엘우드와 협업해 재즈부터 서커스까지 다양한 공연의 장면이 연상되도록 연출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외벽 라이팅쇼도 선보인다. 건너편에서도 롯데백화점을 무대로 펼쳐지는 ‘크리스마스 쇼타임’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라이팅쇼는 매일 밤 약 2분간 진행되며, 화려한 음악에 맞춰 2만여 개 LED(발광다이오드) 전구가 크리스마스 쇼를 이끈다.
안재광/라현진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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