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1960년대 이후 거의 모든 선진국은 예외 없이 장기 저성장과 분배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너도나도 재분배 복지국가를 지향해 사회민주주의적 반(反)기업 정책과 퍼주기식 복지 정책으로 성장을 둔화시키고 국민의 일할 동기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저성장·양극화라는 ‘선진국 함정’에 빠졌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1980년대 말 정치 민주화 이후 국민소득이 1만달러도 되기 전부터 이미 지속적인 성장과 분배 악화를 경험했다. 이제 겨우 연 1~2% 수준의 잠재성장률로 선진국에 진입했다. 민주화를 지향해온 정치마저 실패에 직면했다. 북한의 지속되는 적화통일 위협 속의 한국은 세계 여는 나라와 다른 상시적 공산화 위기 국가다. 그러나 한국 정치권은 태평성대인 듯 반자본주의적 경제 평등 이념을 수용하거나 용인하는 정책과 제도의 온상이 됐다. 이 와중에 벌어지고 있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정국 불안은 신참 선진 한국에 핵폭탄급 위협이다. 정치는 이미 선진국 함정에 빠진 한국호의 조기 하산(下山)을 재촉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국가 운영의 지향점도, 혁신 의지도 없어 보인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 강력한 반대기업 정책으로 자본주의 성장엔진인 기업 성장이 정체돼 일자리 창출이 극히 저조하다. 이런 가운데 국민은 균형과 평등을 지향하는 퍼주기식 재분배 복지 및 재정 지출과 높은 최저임금에 의지해야 하는 경제구조로 바뀌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이 구조가 고착했다. 윤석열 정부 전반기에 재정 긴축으로 ‘곡소리’ 난 이유이자 작금의 지속적 성장률 하향 전망의 배경이다. 재정에 목맨 국민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의 기록적인 재정적자 수준이 유지되지 않으면 선진국 흉내를 낼 수 없으니 이 구조는 지속하기 어렵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자국 기업 우선 정책은 한국 경제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그의 요구대로 미국에 현지 공장을 지으면 기업은 살아남겠지만, 한국 국내 일자리는 더 사라질 것이다. 기업의 성장 없이는 자본주의 성장도 분배도 불가능한데 강고한 반기업 정서가 요지부동이니 선진국을 지키기가 어려울 것이다.
정치의 본업은 모두가 원하는 ‘잘사는 길’을 국민 각자가 실현할 수 있도록 스스로 돕는 국민을 앞세우고 도와주는 일이다. 자조·자립하지 않고 국가의 힘에 기대어 남이 이룬 부(富)를 훔치려는 사람을 양산하는 포퓰리즘 정치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자본주의는 기업이 주도하는 경제다.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국민의 생업을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국민과 국가 번영에 기여한다. 대기업 죽이기를 자랑으로 여기는 정치인과 지식인과 노조 활동이 없어야 경제가 풍족해진다.
대기업이 지금보다 열 배는 더 많아져야 중국과의 경쟁과 트럼프 2기의 미국 기업 우선주의 정책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만이 선진 한국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것이다. 기업이 흥하지 않으면 대외 경쟁력은 물론이고 정치·안보를 지킬 수 없다. 정치권이 하루속히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 기업을 앞세우고 ‘선진 일류, 선도국가 비전’ 달성에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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