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野, 국정 마비·헌정 질서 파괴"…그래도 계엄은 아니었다

입력 2024-12-12 17:56   수정 2024-12-1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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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담화를 내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을 설명했다. 야당을 향해 ‘자유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 ‘국정 마비 주도한 범죄자 집단’ ‘반국가적 패악’ ‘광란의 칼춤’ 등 격한 용어를 사용하며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퇴진과 탄핵 선동을 멈추지 않았고, 수십 명의 공직자 탄핵을 추진했다”고 공격했다. 야당의 특검 법안 27번 발의, 셀프 방탄 입법, 간첩죄 조항 반대 등 사례를 들며 국정 마비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굳이 윤 대통령의 담화를 빌리지 않더라도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행태에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윤 대통령 취임 두 달 만에 민주당 지도부에서 대통령 탄핵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해 끝없이 이어졌다. 지난 대선 이후 2년 반 동안 탄핵안 발의가 된 공직자는 감사원장, 장관, 검사 등 25명에 달하고, 국무회의 구성원 중 절반이 탄핵 위협을 받았다. 갈수록 도를 더하는 입법 폭주와 대표 방탄, 유례없는 감액예산 일방 처리 등을 보면 국정 기능 마비 목적이라는 게 과히 틀리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이 모든 게 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는 요인은 될 수 없다. 야당의 행태가 아무리 막무가내라고 하더라도 끝까지 조정, 설득하는 등 민주적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조차 피했다. 난국 돌파 수단으로 계엄을 선택한 것은 역사의 물줄기와 정치 수준을 후퇴시킨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떨어진 국가의 품격과 경제 외교 안보 등 전반에 걸쳐 몰아닥친 엄청난 후폭풍을 보더라도 그렇다. 소규모 병력을 국회에 투입해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라지만, 정치인 체포 계획 등을 보면 선뜻 납득이 안 된다. 자유민주 헌정 질서 회복과 국정마비 비상 상황에서 나라 지키기를 내세웠으나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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