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에서 고용·내수가 동반 침체를 보이고 있어 이 대표의 경제 챙기기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다행스럽다. 국제 신인도마저 위협받은 상황에서 야당 대표의 실용 행보는 불투명성을 완화해 경제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부를 것이다. 다만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자 수권 역량을 과시하기 위한 보여주기 행보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은 어쩔 수 없다. 경제 문제에 관한 한 이 대표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두어 해 전 대선 후보 때 징벌적 부동산 세금 완화를 약속한 뒤 낙선 후 언제 그랬느냐는 듯 함구했다. 대신 13조원의 큰돈이 드는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 같은 퍼주기 정책으로 내달렸다. 서너 달 전에도 ‘먹사니즘’을 앞세워 경제단체장들과 연쇄 회동하고 실용을 강조했지만 결과는 양곡법 등 포퓰리즘 입법 폭주였다. 지난달 경총 방문 때도 “성장이 곧 복지”라며 기업인들과 악수했지만 세계 최고 수준 상속세법 개정마저 외면했다.
이제 국민 시선은 만남보다 실천으로 향한다. 경제 일선의 절박한 목소리에도 변화가 없다면 ‘군기잡기용 만남’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대표가 진정성이 있다면 반도체특별법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인텔, TSMC 등에 이어 마이크론도 엊그제 미국 상무부 보조금 지급을 확약받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만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해 반도체특별법이 더욱 시급해졌지만 야당은 주 52시간 근로제 완화 반대로 발목을 잡고 있다. 여야가 연내 통과에 합의하고도 뒷전으로 밀려난 AI기본법, 고준위방사성폐기물법 등도 한시가 급하다.
제일 중요한 건 입법 포퓰리즘 탈피다. 큰 후폭풍을 부를 상법 개정, 연 1조원대 재정 부담을 초래할 양곡법 등에 대한 전향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무더기 탄핵과 유사시 대통령 직무를 대행할 총리에 대한 무차별 내란몰이도 경제 혼란을 가중하는 악수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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