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자진 하야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 14일 탄핵소추안 가결은 기정사실화됐다는 게 정치권 평가다. 국민의힘이 탄핵 대신 추진하려던 ‘2~3월 하야, 4~5월 대선’ 로드맵은 명분을 잃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탄핵이 필요하다고 명시적으로 밝혔고, 일곱 명의 의원이 탄핵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국민의힘 의원 중 단 한 명만 더 돌아서도 윤 대통령 탄핵안은 곧바로 국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한 대표는 “대통령은 군 통수권을 비롯한 국정 운영에서 즉각 배제돼야 한다. 이제 그 유효한 방식은 단 하나뿐”이라며 “다음 표결 때 우리 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출석해 소신과 양심에 따라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탄핵하든 수사하든 맞설 것”이라며 자진 사퇴를 거부하자 한 대표의 발언 수위는 한층 더 높아졌다. 그는 이날 열린 원내대표 선거를 위한 의원총회에서 “지금의 상황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화하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의 내용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의 탈당 및 제명 논의를 위한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는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하였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하였을 때’ 등에 윤리위 의결 후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제명·탈당 권유 등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이날 친윤(친윤석열)계와 중진들은 한 대표의 ‘내란 자백’이라는 발언과 윤 대통령 출당 논의가 성급하다며 일제히 반발했다.
전날까지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다섯 명(조경태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김재섭) 의원을 포함하면 여당 내 일곱 명의 이탈표가 사실상 확정됐다는 평가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 인원(300명)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탄핵 가결까지 남은 인원은 단 한 명인 셈이다.
다만 이날 추경호 원내대표 후임으로 선출된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당론은 탄핵 부결이고, 이를 변경하려면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13일) 의총을 열어서 당론을 변경할지, 아니면 그대로 유지할지 총의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탄핵에 찬성하는 입장이어도 보수적인 지역구 눈치를 보느라 뜻을 밝히지 못하는 의원들도 있다”며 “‘전원 퇴장’ 시나리오를 반복하기는 어려워진 만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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