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범국민 촛불대행진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렸다. 집회 6일째인 오늘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구호가 거리 곳곳에 울려 퍼졌다.
이날 거리에는 주최 측 추산 약 5만 명의 시민이 모였다. 시민들은 각자 준비한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촛불을 들고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에서 여의공원로까지 약 500m를 가득 메웠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10시에 발표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보고 "더는 참을 수 없어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 수원에서 올라온 직장인 양승호 씨(43)는 "생중계에서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대통령 담화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며 "오늘 처음 집회에 참석했는데, 국민에게 총구를 겨누는 대통령이 담화문 처음이나 마지막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분노를 표했다.
시험 기간을 앞둔 대학생들도 시위에 참여했다. 야구팀 LG 트윈스의 응원봉을 들고 참석한 대학생 전모 씨(23)는 "대통령의 담화에서는 미안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며 "분한 감정을 풀기 위해 시위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에서는 촛불 대신 응원봉을 든 시민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아이돌 응원봉 외에도 국내 야구팀의 응원봉, '윤석열 OUT' 등의 구호가 적힌 별 모양 응원봉을 흔들며 "윤석열 탄핵"을 외치고, 아이돌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는 아이돌 노래와 응원봉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시위가 "진정성이 없다"는 비난에 반박했다. 연단에 선 이이레 씨(18)는 "젊은 세대가 아무것도 모른 채 응원봉을 들고 축제처럼 시위를 즐긴다고 비판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을 뿐"이라며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선동당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집회 현장에는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나눠주는 커피차도 등장했다. 음료를 받기 전 "탄핵"을 외치면 커피와 차를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커피차를 운영한 안준호 씨(54)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응원하기 위해 나눔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집회를 오후 7시 40분쯤 마친 후 국민의힘 당사로 행진을 시작했다. 오후 8시 30분께 국민의힘 당사 앞에 도착한 이들은 탄핵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이 담긴 대형 현수막 찢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주최 측은 14일 예정된 2차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까지 저녁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