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야간당직 서면 연장근로수당? 대법원의 판단은…

입력 2024-12-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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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은 병원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기사 등 원고들이 당직시간과 콜(호출)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므로 당직시간과 콜 대기시간 전부를 연장근로시간으로 보아 그에 대한 가산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들의 주장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였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1다220062 판결). 당직시간이나 콜 대기시간의 업무내용과 근무밀도 등을 검토해 통상의 근무와 비슷한지 더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고들 중 운전기사와 기계·전기기사, 방사선기사, 임상병리사 등의 경우 당직근무 중 수행한 업무의 내용이 무엇인지, 통상근무의 태양과는 차이가 있는지, 당직근무 중 자유롭게 이용할 수 시간이 어느 정도 있었는지 등을 알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하면서, "원고들 중 수술실 간호사, 00병원 방사선기사와 임상병리사의 경우 수술실, 영상의학실, 진단검사의학실의 콜 건수 등에 관한 자료가 제출됐으나, 이것만으로는 통상근무 시간에 수행한 업무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통상근무와 당직 또는 콜대기 근무 사이의 근무 밀도 차이가 어느 정도였는지, 자택에서 당직 또는 콜대기 중 콜을 받으면 몇 분 안에 출근해야 하는지 등을 알 수 없어, 원고들 자택에서의 당직 또는 콜대기 근무시간 전부가 실질적으로 사용자인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에 놓여있는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그 중 어느 범위까지 근로시간으로 보아야 하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위와 같은 사항들을 심리하지 않고 원고들의 당직 또는 콜대기 근무시간 전부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근로시간에 대해 대법원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이라고 이해하면서,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20.8.20. 선고 2019다14110, 14127, 14134, 14141 판결). 그런데 이러한 기준을 형식적으로 적용하는 경우 근로밀도가 지나치게 낮은 시간을 전부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은 근무밀도가 낮은 시간의 경우에는 근로시간에서 제외하는 해석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숙직이나 일직이다.

일반적으로 숙·일직이라 함은 정기적 순찰, 전화와 문서의 수수, 기타 비상사태 발생 등에 대비하여 시설 내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서 그 자체의 노동의 밀도가 낮고 감시·단속적 노동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러한 업무는 관행적으로 정상적인 업무로 취급되지 아니하여 별도의 근로계약을 필요로 하지 않고 원래 계약의 부수되는 의무로 이행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정상근무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고, 야간·연장·휴일근로수당 등이 지급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며, 관례적으로 실비변상적 금품이 지급되고 있다는 등의 특징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시·단속적인 숙·일직시 그 업무의 내용이 본래의 업무가 연장된 경우는 물론이고 그 내용과 질이 통상의 근로와 마찬가지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초과근무에 대하여는 야간·연장·휴일근로 수당 등을 지급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1.20. 선고 93다46254 판결, 대법 2019.10.17. 선고 2015다213568 판결 등 참조). 숙·일직근무의 내용이 통상의 근로에 해당한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숙·일직시의 근무가 통상의 근무시간의 구속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인가 또는 통상의 근무의 태양이 그대로 계속되는 것인가의 여부, 숙·일직근무 중 본래의 업무에 종사하게 되는 빈도 내지 시간의 장단, 숙직근무 시 충분한 수면시간이 보장되는지의 여부 등을 충분히 심리하여 숙·일직근무의 태양이 그 내용과 질에 있어서 통상근무의 태양과 마찬가지라고 인정될 때에 한하여 숙·일직근무를 통상의 근로로 보아 이에 대하여 통상임금 및 근로기준법 소정의 가산임금을 지급하도록 하여야 하고, 숙·일직근무가 전체적으로 보아 근로의 밀도가 낮은 대기성의 단속적 업무에 해당할 경우에는 숙·일직근무 중 실제로 업무에 종사한 시간에 한하여 위 법 소정의 가산임금을 지급하도록 하여야 한다(대법원 1990.12.26. 선고 90다카13465 판결, 대법원 1996.6.28. 선고 94다14742 판결 등 참조)

한편 당직은 숙직이나 일직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나, 숙직이나 일직과는 다소 다르게 당직시간 동안 좀더 업무에 수행되는 시간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당직이 많은 대표적인 업종이 의료인데, 이는 업무의 본질상 야간에도 환자를 돌보아야 할 필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간에도 어느 정도 업무가 수행되어야 한다는 문제와 그러한 업무가 본래 업무시간과 동일한 밀도 하에서 수행되는가 하는 문제는 구별되어야 한다. 대법원 판결사안의 원고들인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기사들의 업무가 야간에 이루어질 필요가 있어 당직을 섰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당직근무가 과연 일상적인 근무와 밀도가 동일한지는 따져 보아야 하는 것이고, 대법원은 하급심이 그러한 부분에 대해 심리가 미진하였던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 법리는 당연히 당직의사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최근 대형병원의 당직의사들이 자신들의 당직시간이나 콜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에서는 스케줄에 따라 당직근무가 이루어지는데, 당직근무 시간에는 응급상황 발생 시 병동의 노티(notify)를 받아 처방이나 필요한 조치를 수행하게 된다. 다만, 응급환자가 발생하게 되면 1차적으로 병동 간호사나 응급실 전담 전문의가 대처를 하게 되며, 그 이외에 필요한 처치가 있을 경우 해당 진료과의 당직근무자에게 호출하여 2차적으로 환자를 처치하도록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당직근무자가 실제로 진료를 하는 경우는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이에 따라 당직은 통상적인 외래진료 때보다 업무의 밀도 및 강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즉, 의사들의 당직근무는 긴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대기 등 '단속적 업무'로서 근무강도가 일상적인 근무시간과는 다른 것이다.

일부 의사들은 당직근무 시에 당직실에서 상주하지 않고 개인 연구실에서 대기하거나 당직시간 중 외부에 개인 용무를 보고 오는 등 상주 당직이 아닌 온콜(on-call) 대기처럼 당직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당직실에서 상주할 때에도 개인 논문 작성, 강의 준비, 외래 환자 차트 리뷰, 취침, 오락 등 다른 업무로 시간을 활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의사들의 당직시간이나 콜 대기시간을 만연히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는 없고, 해당 시간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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