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법조계에 따르면 탄핵심판이 준용하는 형사소송법은 원칙적으로 '도달주의'를 택한다. 이는 소송에 필요한 서류가 당사자에게 도달한 때에 효력이 있다는 것으로 법률 행위의 명확성을 담보하기 위한 원칙이다. 서류 등을 보내는 행위를 기점으로 효력이 생긴다고 보는 '발신주의'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이는 의사표시의 효력에 관한 법 원칙으로 기본법인 민법에서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에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한 데서 비롯된다. 다만 멀리 떨어진 격오지 등 예외적으로 발신주의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형사 재판 외에도 민사·행정 재판도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도달주의를 택한다. 공소장에 대한 피고인 의견서 제출, 민사 판결에 대한 상소장 제출 등의 기한을 계산할 때 송달 여부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원래 헌재 심판 절차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게 돼 있다. 다만 탄핵심판의 경우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 이는 형사 처벌적 성격과 징계적 성격을 지닌 탄핵심판의 특성을 고려해서다.
헌재는 전날 윤 대통령에게 탄핵소추 의결서를 보내면서 '송달받은 때로부터 7일 이내'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만약 윤 대통령이 폐문부재(당사자가 집에 없고 문이 닫혀있음) 등을 이유로 헌재에서 발신하는 서류를 송달받지 못하고 이를 이유로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오는 27일로 예정된 첫 변론준비 기일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윤 대통령 측에서 '송달이 늦어져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절차를 공전시키거나 연기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후속 절차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측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소송 기록을 접수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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