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빌라는 찬밥 신세다. 올 들어 10월까지 빌라 등 비아파트 거래량은 12만6000건, 착공 물량은 2만9000가구로 최근 10년 평균 대비 각각 50%와 25%에 그친다. 2022년 수백 채 넘는 깡통 전세를 굴리다가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 보증금을 펑크낸 ‘빌라 왕’ 사건이 결정타였다. 때마침 닥친 역전세난은 세입자의 빌라 기피증을 부추겼다. 그 결과 전세든, 매매든 아파트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18일부터 청약 때 무주택자로 간주하는 빌라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전용면적이 85㎡ 이하이면서 공시가격이 수도권 5억원 이하(시세 약 7억~8억원 이하), 지방 3억원 이하인 빌라 등 비아파트 한 채 보유자도 청약 때 무주택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기존엔 전용면적이 60㎡ 이하이면서 공시가격은 수도권 1억6000만원 이하, 지방 1억원 이하 주택이 대상이었다. 청약 때 빌라 소유자의 불이익을 줄여 침체한 빌라 시장을 살리기 위한 조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전세 사기를 근절하고 아파트에 비해 낙후한 기반 시설을 확충하지 않으면 빌라에서 멀어진 주택 소비자의 발길을 되돌리긴 어렵다.
‘빌라 구하기’에만 매달릴 일도 아니다. 올해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112.8 대 1로 지난해(56.9 대 1)의 두 배다.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서울 주택의 59.8%가 아파트이고 빌라는 30.1%다. 전국 대도시 평균(아파트 64.6%, 빌라 14.5%)과 비교할 때 아파트가 부족하고 빌라가 많다.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아파트 공급을 더 늘리는 게 정공법이다.
주용석 논설위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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