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9일 17: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린 롯데케미칼이 회사채 조기 상환 위기를 넘겼다. 회사채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어 조기상환 위기를 부른 특약 조항을 삭제한 결과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지급한 신용보강 수수료와 특별이자 등으로 수백억 원대의 추가 지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한 자산 매각 작업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사채권자 집회에서 회사채 특약 조정 안건이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날 사채권자 집회에서는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14개 회사채의 특약을 삭제하는 안건이 논의됐다. EOD는 특정 상황에서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만기일 전에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대상 채권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발행된 회사채 2조450억원 규모다.
해당 회사채는 사채관리계약 조항에 담긴 재무조건을 위반하면서 조기상환 사유가 발생했다. 사채관리계약 제2-3조 제2호인 '최근 3년 평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이자 비용보다 5배 많아야 한다'는 조항을 위반했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부진해진 결과다.
롯데케미칼은 이날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아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 그룹 상징으로 꼽히는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삼고 회사채 신용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사채권자들을 안심시킨 게 적중했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과 계약을 체결해 해당 회사채에 대한 신용보강을 제공할 예정이다. 무보증 공모사채가 은행 보증채로 바뀌면서 신용등급이 기존 ‘AA’에서 ‘AAA’로 뛰게 된다는 뜻이다.
롯데타워를 담보로 내놓은 만큼 큰 잡음 없이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사채권자들도 EOD 선언 대신 최대한 원금을 잃지 않는 선에서 원만하게 해결되는 방향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집회 개시 전 사채권자의 80% 이상이 서면 혹은 구두로 동의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법원 허가를 받아 해당 회사채를 내년 1월 14일까지 보증사채로 전환할 방침이다.
자금시장에서 확산한 롯데케미칼의 유동성 위기설은 일단락됐지만, 추가 부담해야 하는 '청구서'는 부담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7일 롯데물산에 담보제공 수수료로 155억원을 제공한다고 공시했다. 롯데물산은 롯데월드타워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해당 자금은 회사채 신용보강을 약속한 시중은행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될 전망이다. 여기에 롯데케미칼은 사채권자들에게 보유사채 액면금액의 10bp(1bp=0.01%포인트)에 달하는 특별이자도 지급해야 한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이례적으로 실적과 연관된 회사채 특약 조건이 체결된 탓에 수백억 원의 추가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추가 유동성 개선 작업도 분주하다. 롯데렌탈을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로 1조6000억원에 넘기면서 급한 불을 껐다. 롯데백화점도 부산 센텀시티점을 포함해 부실 점포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L7과 롯데시티호텔 2~3곳 매각을 통해 6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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