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슈퍼乙' 신경전 가열…한미반도체, 한화에 특허침해 소송

입력 2024-12-19 17:21   수정 2024-12-1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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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AI용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핵심 공정 장비 기술을 둘러싸고 한미반도체와 한화정밀기계가 충돌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4일 한화정밀기계가 자사의 HBM 생산용 TC본더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법에 한화정밀기계를 상대로 TC본더 관련 특허권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고 19일 밝혔다.

한미반도체 측은 2017년 업계 최초로 개발한 2개 모듈·4개 본딩 헤드 방식이 한화정밀기계 장비에 동일하게 적용됐고 구조와 외관 등 설계가 유사하다고 판단하고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정밀기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한화정밀기계는 30년이 넘는 반도체 장비 관련 R&D 기술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제품을 제조 및 판매 하고 있다"며 "당사는 개발과정에서 선행기술 조사과정을 거치고 있으므로, 특정사가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화정밀기계는 "한미반도체의 특허침해 소장 내용은 해당사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담고 있는 것으로, 당사는 이에 대한 반박과 함께 강력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TC본더는 열 압착을 통해 칩과 웨이퍼를 붙이는 반도체 후공정 장비다. HBM 수율을 좌우할 만큼 중요도가 높다.

한미반도체는 2017년부터 HBM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 HBM TC본더를 사실상 독점 납품해왔다.

최근 SK하이닉스가 HBM 장비 수급 안정화를 위해 멀티 벤더 전략을 추진하며 후발주자인 한화정밀기계도 SK하이닉스에 테스트용 장비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HBM 시장이 커지면서 장비 시장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2023년 40억달러(5조80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HBM 시장은 연평균 58%로 빠르게 성장해 2028년까지 380억달러(55조1500억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미반도체는 자사에서 한화정밀기계로 이직한 전 직원을 상대로 전직금지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2021년 AI 반도체용 HBM 필수 공정 장비 'TC 본더' 등 핵심 장비 연구개발부서에서 근무하다 한화정밀기계로 이직한 전 직원이 자사 재직 중 습득한 기술정보를 다른 곳에 제공하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다.

한화정밀기계는 "해당 소송은 한미반도체가 전 직원 개인을 상대로 낸 것이지만, 마치 한화정밀기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처럼 오인될 소지가 많다"면서 "해당 직원은 이직 당시 4년차 사원으로 한미반도체 측의 중요정보를 취급했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또 한화정밀기계는 "해당 사건은 연구원 개인을 피고로 한 소송으로 한화정밀기계와 직접적인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해당 소송에서도 해당 연구원이 한미반도체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내용은 전혀 확인된 바 없다"고 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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