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1.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 입구에는 늘 그렇듯 에곤 실레와 구스타프 클림트의 걸작을 보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그런데 그중 한 관람객 그룹이 유독 눈에 띄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윤여정 배우,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조민석 건축가, 정재승 뇌과학자 등 각계 명사 10여 명의 모임이었다.
인터넷으로 표를 예매한 뒤 줄을 서 있던 이들은 전시장에 입장해 각자 관람객 사이에 섞여 조용히 작품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감상했다. 윤여정 배우는 클림트의 ‘수풀 속 여인’을 비롯해 전시장에 있는 작품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차근차근 꼼꼼하게 감상했다.
오디오 가이드를 착용한 이 사장은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을 비롯한 실레의 작품이 있는 5부 전시장에 30분 넘게 머물며 두 번이나 돌아봤다. 실레의 작품 ‘어머니와 두 아이 Ⅱ’를 휴대폰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관람이 끝난 후 이 사장은 국립중앙박물관 측에 “너무 좋은 전시다. 이런 전시를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한 시간 넘게 전시를 관람한 이들은 조용히 박물관을 나와 흩어졌다.
지난달 29일 열린 개막 행사에도 좀처럼 국내 전시 개막식에서 보기 어려운 여러 명사가 참석했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홍라영 전 리움미술관 부관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 사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비엔나전을 향한 명사들의 사랑이 이토록 뜨거운 건 그만큼 작품과 전시 구성이 전례 없이 탁월한 수준이라서다. 미술계 관계자는 “그간 국내에서 볼 수 없던 빈 분리파 화가들의 ‘진짜 대표작’을 볼 수 있다고 일찌감치 명사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 있었다”고 말했다. 클림트와 실레를 비롯한 오스트리아 거장들의 작품이 국내에서 100점 넘는 규모(총 191점)로 전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실레의 작품은 세계를 통틀어 한국 전시에 나온 컬렉션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을 빌려준 오스트리아 레오폴트미술관이 실레 컬렉션으로는 단연 세계 최고인 데다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등 실레의 대표작을 아낌없이 대여해 줬기 때문이다. 해외에 나가서 보는 세계적인 미술관의 웬만한 전시보다 수준이 높다는 얘기다.
관람객 만족도도 높다. 전시장에 있는 모든 설명을 휴대폰에서 볼 수 있게 온라인 전시 설명 페이지를 구축하고, 시간별 입장 인원을 제한해 비교적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게 한 점 등이 호평받았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뒷사람에게 떠밀려 가야 하는 다른 전시와 달리 사람은 많았지만 작품을 찬찬히 하나하나 볼 여유가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관람 만족도는 지금 열리고 있는 대형 명화전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다른 전시(3.49~4.23점)에 비해 높은 비엔나전 포털사이트 전시 평점(4.41)이 이를 증명한다.
입소문이 나면서 예매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예매는 네이버와 티켓링크에서 할 수 있고, 2주마다 입장권이 추가 판매된다. 지금은 1월 31일까지의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예매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현장 구매 티켓도 준비돼 있다. 전시 홈페이지에서 남은 현장 구매 티켓 수량을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수요일, 토요일 야간 개장 시간(오후 6~9시)이 비교적 여유롭게 예매 및 관람이 가능한 편”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3월 3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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