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매입 가격을 정해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주식 24%를 되사줘야 한다는 국제중재 판정이 나왔다. 신 회장은 내년 1월 중순까지 주당 매입(풋옵션)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신 회장 측은 주요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논의하는 등 대응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어피니티, IMM프라이빗에쿼티, EQT파트너스,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00억원(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했다. 당시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어피니티는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하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하는 권리를 확보했다. 교보생명 IPO가 불발되자 어피니티는 2018년 10월 신 회장에게 주당 40만9912원(총 2조1000억원)에 주식을 되사줄 것을 요구했다. 신 회장은 풋옵션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어피니티의 풋옵션 요구를 피해 왔다.
ICC는 2019년 1차 판정에서 신 회장이 어피니티 등과 맺은 풋옵션 계약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단 어피니티가 주장한 가격(주당 40만9912원) 그대로 이행할 의무는 없고, 상호 합의에 따라 재산정한 가격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신 회장 측은 풋옵션 가격 재산정에 응하지 않았다. 어피니티는 2022년 2월 ICC에 2차 중재를 요청했다.
교보생명의 시장가치를 둘러싸고 어피니티와 신 회장 측의 기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 측은 풋옵션 가격이 어피니티의 초기 투자 가격인 주당 24만5000원을 초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어피니티가 제시한 가격(주당 40만9912원)이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할 당시 교보생명의 IPO 공모 예정가인 18만~21만원(크레디트스위스)과 큰 차이가 있다고도 주장한다.
또 지난해 8월 교보생명이 우리사주조합과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자사주 2%를 매입할 당시 주당 가격은 19만8000원이었다. 만약 신 회장 측이 제시한 가격이 어피니티의 가격과 10% 이상 차이가 나면 제3의 외부 평가기관이 가격을 다시 산정한다.
차준호/박종관/하지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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