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창재 회장, 풋옵션 가격 재산정해야"

입력 2024-12-19 18:03   수정 2024-12-20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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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12월 19일 오후 3시 58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매입 가격을 정해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주식 24%를 되사줘야 한다는 국제중재 판정이 나왔다. 신 회장은 내년 1월 중순까지 주당 매입(풋옵션)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신 회장 측은 주요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논의하는 등 대응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결론 난 국제중재 판정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제상업회의소(ICC)는 신 회장의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가격 산정을 강제해달라는 어피니티의 청구를 인용했다. 어피니티의 풋옵션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등은 기각했다. ICC는 신 회장이 30일 내 외부 자문기관 등을 통해 풋옵션 가격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ICC는 이를 어기면 하루 20만달러(약 2억9000만원)에 달하는 간접 강제금을 부과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다음달 중순까지 풋옵션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어피니티, IMM프라이빗에쿼티, EQT파트너스,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00억원(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했다. 당시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어피니티는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하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하는 권리를 확보했다. 교보생명 IPO가 불발되자 어피니티는 2018년 10월 신 회장에게 주당 40만9912원(총 2조1000억원)에 주식을 되사줄 것을 요구했다. 신 회장은 풋옵션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어피니티의 풋옵션 요구를 피해 왔다.

ICC는 2019년 1차 판정에서 신 회장이 어피니티 등과 맺은 풋옵션 계약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단 어피니티가 주장한 가격(주당 40만9912원) 그대로 이행할 의무는 없고, 상호 합의에 따라 재산정한 가격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신 회장 측은 풋옵션 가격 재산정에 응하지 않았다. 어피니티는 2022년 2월 ICC에 2차 중재를 요청했다.
○풋옵션 가격 두고 이견
신 회장은 이번 ICC 판정에 따라 풋옵션 의무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어피니티는 판정문 수령 직후 국내 법원에서 이행을 강제하고, 계약 위반 및 의무 이행의 부당한 지연으로 본 손해 등에 대해서도 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교보생명의 시장가치를 둘러싸고 어피니티와 신 회장 측의 기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 측은 풋옵션 가격이 어피니티의 초기 투자 가격인 주당 24만5000원을 초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어피니티가 제시한 가격(주당 40만9912원)이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할 당시 교보생명의 IPO 공모 예정가인 18만~21만원(크레디트스위스)과 큰 차이가 있다고도 주장한다.

또 지난해 8월 교보생명이 우리사주조합과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자사주 2%를 매입할 당시 주당 가격은 19만8000원이었다. 만약 신 회장 측이 제시한 가격이 어피니티의 가격과 10% 이상 차이가 나면 제3의 외부 평가기관이 가격을 다시 산정한다.
○신 회장 측 금융사 접촉
신 회장은 1조원대 지분 매입 대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36.7%와 FI 지분을 합쳐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기고, 이 법인이 가진 교보생명 지분 60~70%를 담보로 새 투자자들로부터 대출받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출한 자금으로 어피니티 지분을 사들이고, 이후 교보생명을 상장하는 과정에서 구주 일부를 팔아 담보대출을 갚으면 풋옵션을 받아주면서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 회장이 판결 이전부터 주요 금융지주사와 투자 유치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박종관/하지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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