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밥 ‘나시고랭’을 두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간 종주국 논쟁이 불거지곤 한다. 세 나라는 종교와 음식을 공유한 말레이 문화권에 속했다. 그러다 서구에 의해 강제 분할됐다.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 식민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영국 식민지가 돼 서로 다른 정체성을 키웠다. 한 문화권에 속하던 음식도 각자의 사정에 맞게 발전했다.
세계 어디를 가나 베트남 쌀국수 ‘포’를 파는 식당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배경엔 아픈 역사가 있다. 1975년 베트남전이 북부 베트남의 승리로 끝나자 다수의 남부 베트남인이 해외로 망명하거나 난민이 돼 미국과 제3국으로 이주했다. 이 과정에서 포가 전 세계로 퍼졌다.
감각은 특정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강렬한 기억을 남긴다. 음식을 먹는 것은 후각과 미각, 촉각 등이 결합한 감각의 집합체다. 동남아 음식에 녹아든 역사를 알면 미식의 순간이 더욱 강렬하고 새롭게 다가올 수 있겠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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