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해외 주식을 매매하는 개인투자자) 중 41%는 심야와 새벽 시간에 휴대폰을 통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접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시가 뜨거운 랠리를 펼치는 가운데 지난 8월 이후 미국 주식 주간 거래가 중단되자 밤잠을 설쳐가며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하룻밤에 10회 이상 접속하는 등 사실상 밤을 새우는 투자자도 11%에 달했다.
20일 한국경제신문이 키움증권에 의뢰해 이달 1~10일 미국 증시 정규장 개장 시간(오후 11시30분~오전 6시)에 이 증권사 MTS(영웅문S#)를 사용한 투자자를 분석한 결과 하루 최소 한 차례 해외 주식 화면에 접속한 고객 비중이 41%로 집계됐다.
서학개미가 약 700만~800만 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일 약 300만 명이 새벽에 1회 이상 휴대폰으로 ‘미장’(미국 증시)을 들여다보거나 거래하는 셈이다. 하루 2회 접속하는 고객 비중은 19%, 10회 이상 접속자 비중은 11%였다. 연령별로 10대 이하 투자자의 비중이 높았다. 이 연령대 투자자의 72%가 1회 이상 접속했다.
밤을 온전히 새우다시피 하는 하루 10회 이상 접속자의 비중은 60대 이상이 가장 높았다. 은퇴자가 많다 보니 새벽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전업 투자자 비중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주식은 심야에만 거래가 가능하다. 국내 증권사들은 2022년부터 미국 주식 주간 거래 서비스를 지원했으나 올 8월 블랙먼데이를 계기로 4개월째 잠정 중단된 상태다. 한국 시간으로 저녁 이후~이른 오전 잠시 열리는 프리마켓(정규장 개장 전 거래)과 애프터마켓(개장 후 거래)이 있지만 장 중 ‘진짜’ 시세를 반영한 거래를 하려면 정규장을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 그렇다 보니 야간 거래에 뛰어드는 서학개미는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 주식 거래 활동 계좌(10만원 이상 금액이 들어 있으면서 최근 6개월 동안 한 번 이상 거래가 이뤄진 계좌)는 해외 주식 열풍에 힘입어 지난 19일 기준 8620만 개를 넘어서 신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들어 서학개미 인기 종목인 팔란티어(347.59%), 엔비디아(171.29%), 테슬라(75.58%) 등이 폭등한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33.42%) 등은 부진하면서 미국 주식 쏠림 현상은 더 심화하고 있다. 최근 계엄 정국으로 정치 리스크가 불거진 점 등도 서학개미들의 미국행이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한 30대 투자자는 “올해 초부터 미국 증시에 투자했는데 주식·채권 혼합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보수적으로 운용했는데도 60%가 넘는 수익을 냈다”며 “미국 투자 비중을 점점 늘리다 보니 언제부턴가 새벽마다 MTS에 접속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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