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로 균열 조짐을 보이던 한·미 관계가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한·미 고위급 외교를 재가동하겠다는 메시지를 냈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다음달께 미국을 방문해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회동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외신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지역 언론 간담회에서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의 마지막 몇 주 안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한국 정부와 고위급 대면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내년 1월 블링컨 장관과의 만남을 준비 중이다.
미 정부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방한 등 양국 고위급 정부 행사를 연기해 왔다. 윤 대통령이 동맹인 미국 정부에 알리지 않고 계엄을 선포한 것에 대한 불쾌감과 민주주의 퇴행 우려의 표시였다.
이날 고위급 외교를 재가동하겠다고 밝힌 것은 한 대행에 대한 신뢰와 함께 한·미동맹의 기반인 민주주의가 한국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이란 평가다. 캠벨 부장관은 “한 대행은 수십 년간 한국 정부에서 재직한 경험이 있고, 워싱턴DC에서 주미대사로 근무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고 부연했다.
한·미 안보 협력도 다시 공고해지고 있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은 20일 오스틴 장관과 통화하면서 한반도 안보 정세와 대북정책 공조 등을 논의했다. 김 대행은 “국내 상황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 표명에 사의를 밝혔다”고 했다.
김 대행은 이날 경기 평택 주한미군 기지(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제이비어 브런슨 신임 주한미군사령관(대장)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월 브런슨 대장을 주한미군사령관에 지명했고, 미 상원은 같은 달 인준을 마쳤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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