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조금은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 지을 예정인 파운드리 공장 투자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보조금 규모가 줄어든 것은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가 조정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당초 이 공장 건설비용으로 440억달러를 예상했으나 현재는 약 370억달러 가량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지급액은 줄었지만, 전체 투자금액 대비 보조금 비중은 약 12.8% 수준으로 TSMC(10.2%), 인텔(7.8%), 마이크론(4.9%) 등에 비해 높은 편이다. 투자의 성격과 보조금 지급 대상 투자금액의 규모에 따라 보조금 지급 비중이 달라진 것이라고 관련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이번 투자에 따라 미국은 모든 5대 최첨단 반도체 기업의 제조 팹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상무부는 발표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경제고문은 "최첨단 반도체 제조는 첨단 AI 및 다른 최첨단 기술의 공급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면서 "최첨단 메모리 및 논리 칩 모두에서 리더인 유일한 반도체 회사인 삼성에서 거의 370억 달러의 제조 투자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무부는 "삼성의 투자 규모와 범위는 1996년부터 칩을 제조해 온 미국에 대한 지속적인 헌신을 보여준다"면서 이번 투자로 향후 5년 내에 약 12,000개의 건설 일자리와 3,500개 이상의 제조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지역 상업 성장 또한 촉진하며, 주 내의 강력한 2년제 및 4년제 학술 기반을 활용하여 투자에 의해 창출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숙련된 인력을 배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에서 거의 30년의 반도체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오랜 관계를 맺어온 미국 파트너와 고객, 텍사스 전역의 지역사회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미국 정부와의 협정은 우리가 미국에 최첨단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또 다른 중요한 사례"라고 밝혔다. 이어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변화하는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미국 파트너들과 더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보조금으로 4억5800만달러(약 6600억원)를 받기로 확정됐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를 들여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이와 별개로 5억달러 자금 대출도 받기로 확정됐다.
SK하이닉스의 보조금 규모는 지난 8월 예비거래각서 합의 금액보다 800만달러 늘었다. 관련 비용이 증가한 데 따라 최종 보조금도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상무부는 미국 인텔에 최대 78억6500만달러, 대만 TSMC는 66억달러, 미국 마이크론은 61억6500만달러를 각각 지급하기로 확정했다. 바이든 정부는 차기 정부 출범 전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 확정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개발을 억제하고 미국 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반도체법은 공화 민주 양당 모두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 의회를 통과했지만, 바이든 정부의 치적으로 분류돼 차기 정부에서 견제받을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반도체 보조금에 대해 "너무 나쁘다"면서 "10센트도 줄 필요가 없고, 관세를 매기면 그들이 스스로 미국에 공장을 지어 반도체를 생산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내정된 비벡 라마스와미는 지난달 말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의 폴리티코 인터뷰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 그들은 정권 인수 전에 지출(반도체 지원금 지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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