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엔터 업계 및 CJ ENM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가 영화사업부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직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회사 측은 권고사직 인원에 대해 별도의 기준 없이 일방적인 통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J 그룹 내에서 이른바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 구창근 전임 대표가 물러난 후 윤상현 대표가 부임했지만 직원들을 내치는 방식은 변한 바 없다.
영화사업부 구조조정에 나서는 까닭은 과거 명량, 극한직업, 기생충 등의 히트작을 선보이며 영화 명가라고 불리던 CJ ENM의 성적표가 신통치 않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개봉한 더문 등의 텐트폴 영화는 50만 명 정도 밖에 관객을 동원하지 못했다. 영화사업 성공의 척도인 1000만 관객 동원 역시 CJ ENM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OTT로 무게중심이 옮겨가 극장 관객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CJ ENM의 경쟁사들은 서울의 봄, 파묘 등으로 1000만 관객 유치에 성공했다. 그러나 CJ ENM은 전작이 1000만 관객을 모았던 베테랑 속편마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데 그쳤고 1000만 관객 달성에는 실패했다.
참신한 스토리와 기획이 수반되면 얼마든지 1000만 관객을 넘을 수 있음을 서울의 봄 등이 보여줬지만 회사는 그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투자에 대한 판단은 경영진이 내린다.
이에 따라 영화사업 위기는 경영진이 자초하고 또 직원 탓을 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회사 내부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CJ ENM이 영화사업을 지속할 것이냐는 것에도 물음표가 달린다. 이미경 부회장, 윤상현 대표, 고경범 영화본부장 등 핵심 경영진이 투자 판단을 잘못 내리는데 애꿎은 직원들만 내치는 행태가 계속 된다면 사업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CJ ENM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영화)사업부에서 구성원(에게 나가라는) 커뮤니케이션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보니 무척 조심스러워 한다”며 “영화산업 및 극장시장 대외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영화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중으로 회사의 전략 방향에 맞춰 조직을 재편하고 이에 따라 일부 인력을 조정하며 타 사업부 등으로 전배 및 재배치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난해 구창근 대표 재임 당시 벌어졌던 구조조정 때 회사 측이 외부에 ‘인력 효율화’라고 설명해놓고 실제로는 대상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나가라고 통보했던 방식과 유사해 그럴싸한 포장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특히 윤상현 대표가 지난 19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 타운홀 미팅에서 “1995년 드림웍스 투자를 통해 영화 사업을 시작한 이래 우리는 문화를 산업으로 만들고 K-콘텐츠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여왔다”며 “문화사업 출범 30주년인 2025년을 넥스트(Next) 문화사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는 해로 만들어갑시다”라고 밝힌 것도 직원들의 불만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직원들을 격려한다고 마련한 자리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영화사업을 모태로 회사가 시작됐다고 밝힌 자체가 아이러니이기 때문이다.
윤 대표가 “대외 환경에 위축되지 말고 더 많이 더 잘 만들며 더 적극적으로 성장 의지를 다져가야 한다”고 말한 부분도 커뮤니케이션팀의 설명과 배치되는 지점이다. 더 많이 잘 만드는데 직원들 보고는 나가라는 것은 모순으로 읽힌다.
또 구창근 전임 대표 부임 당시 타운홀 미팅 이후 구조조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직원들은 타운홀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직장인 익명게시판에는 “타운홀을 일년에 몇 번 하는건지, 일도 많은데 보고를 위한 보여주기식 업무가 너무 힘들다”, “구성원들에게 자기소개 영상 제출하라고 하는 건 너무 스트레스고 고역이다”라는 성토글이 줄을 이은 바 있다.
한편 윤상현 대표는 CJ그룹 경영전략1실장을 거쳐 CJ대한통운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하고 2022년에는 CJENM 커머스부문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2024년 3월부터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이사를 겸직하다가 최근에는 CJ ENM 대표이사와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를 겸하고 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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