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일 펩트론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내년 퀀텀점프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펩트론은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의 투약 간격을 현재 1주일에서 1개월로 늘린 주사제 PT403의 임상을 내년 상반기 시작할 예정이다. 임상 결과는 내년 4분기께 나온다.
최 대표는 일라이릴리와의 본계약 체결을 낙관하고 있다. 스마트데포 기술의 장점 때문이다. 투약 간격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은 물론 전체 투약량도 크게 줄일 수 있어서다. 그는 “주 1회 주사제의 한 달 투약량의 80%만 사용해도 월 1회 제형을 만들 수 있다”며 “실험을 통해 입증됐는데 임상에서 다시 입증하는 게 숙제”라고 했다. 체내에서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기 때문에 약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데포 기술을 결합하면 기존 주 1회 제형과 비교해 부작용이 줄어드는 것도 장점이다. 체내에서 약물의 농도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비만과 당뇨병 외 다른 질환에서도 장기 지속형 기술이 강점을 지닐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비만·당뇨약으로 사용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은 최근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심혈관 질환, 파킨슨병 등에도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펩트론은 지난 8월 유상증자를 통해 공장 확장에 필요한 자금 1200억원을 조달했다. 최 대표는 “650억원을 투입해 연간 1000만 바이알(병)을 생산할 수 있는 신공장을 지을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생산능력보다 10배 많은 규모다. 2026년 6월 준공이 목표다. 최근 연구인력과 생산인력도 충원했다.
펩트론이 신공장에서 일라이릴리의 비만약을 생산하게 되면 연간 수조원대 매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최 대표는 “월 1회 제형 주사제는 바이알당 1000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목표치인 1000만 바이알을 수주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5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최 대표는 “펩트론이 27년간 축적한 기술이 루프원 판매를 기점으로 매출로 전환되기 시작하고 2026년부터는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이라며 “루프원과 비만약의 생산공정이 거의 비슷해 비만약 생산능력을 가늠해 볼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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