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반도체株 성적표 'D·T·C'가 좌우한다

입력 2024-12-22 18:18   수정 2024-12-23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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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기업 주가에 선행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내년 하반기에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수요 주기가 짧아져 반등 시점이 조기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트레이드, 중국 반도체 기업의 위협도 내년 반도체주 향방을 가를 변수다.
D램 수요 반등할까
2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4분기 글로벌 D램 생산량은 수요량을 0.1% 초과할 전망이다. 내년 1분기에는 이 비율이 1.3%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 3분기에는 수요가 5.0% 더 많았다.


공급 과잉 상태는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2분기에는 수요가 생산을 0.2% 초과하고, 3분기에는 6.7%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초과 공급 상태와 초과 수요 상태가 두 개 분기씩 계속되면 메모리 수요 주기는 1년이 된다. 초과 수요 상태가 더 길게 지속되면 주기는 1년 반 정도로 늘어날 수 있다. 김정수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은 “과거에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주기가 2~3년이었는데 최근에는 1년에서 1년 반 정도로 축소됐다”며 “판매 데이터의 실시간 파악이 용이해 기업들이 재고를 많이 쌓아놓을 필요가 없어졌고, 반도체가 들어가는 기기 범위가 넓어지고 기기당 수요량도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 수요 회복으로 내년 상반기에는 반도체 기업 주가가 저점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적인 전망을 하는 전문가도 많다. 메모리 수요가 늘더라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분야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고, 범용 메모리(회로 선폭 28㎚ 이상) 부문에서는 실적 개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범용 메모리 가격이 떨어졌을 때 실적에 대한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는 매출에서 범용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아직 업황의 명확한 회복 신호가 잡히지 않아 추세 회복을 말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中 반도체 기업도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이 정한 해외 기업 보조금을 줄이고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화당이 연방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해 트럼프 당선인이 원하면 칩스법을 폐기 또는 개정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미국 내 일자리 축소와 물가 상승을 야기할 수 있어 이런 위협이 현실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위협도 내년 국내 반도체주 향방을 가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CXMT는 미국 산업안보국(BIS)이 지난 2일 발표한 중국 기업 규제 리스트에서 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BIS는 CXMT의 기술력이 아직 위협적인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CXMT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1분기 0.1%에서 올해 1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는 매출에서 범용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추정치)로 작지 않아 CXMT의 부상이 부담될 수 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저가 전자기기 수요가 강세를 보이며 CXMT의 영향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지나친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웨이퍼당 생산용량이나 칩당 집적용량 측면에서 CXMT는 삼성전자 등 선두권 기업과 괴리가 크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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