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혁 추계예대 총장 "韓서 예술가로 생존하려면 융합에 눈 떠야"

입력 2024-12-22 17:44   수정 2024-12-23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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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성악 전공자만 1년에 1000명 넘게 졸업합니다. 그에 비해 전국 모든 단체가 1년간 선발하는 인원은 전부 합해도 채 100명이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학생은 새로운 길을 찾을 수밖에 없죠.”

임상혁 추계예술대 총장은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예술 전공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분야에 갇히지 않는 융합적 사고”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는 예술 전공자 수에 비해 음악·미술 시장 규모가 작고 일자리도 부족해 융합·응용 분야에 눈을 떠야 한다는 게 임 총장의 판단이다.

서울 북아현동에 있는 추계예대는 ‘소수정예 예술인 양성’을 목표로 운영되는 4년제 예술대학이다. 임 총장은 1999년 취임한 이후 25년째 추계예대를 이끌고 있다. 1992년 미국 오리건대에서 교육학을 공부한 뒤 총장직을 맡기 전까지 추계학원 기획실장과 부총장을 거치며 평생을 예술교육에 몸담았다.

임 총장은 미국 경험을 토대로 2001년 한국 최초로 예술경영 전문대학원을 설립했다. 그는 “당시 한국에는 악기를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있지만 예술가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사람은 없었다”며 “회계, 경영, 공연·전시 운영 등을 가르치는 예술경영대학원을 만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부 단위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추계예대는 융합예술학부를 설치했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웹툰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할 창작가를 기르는 콘텐츠스토리학과, 콘텐츠 마케팅·유통 전문가를 양성하는 콘텐츠비즈니스학과,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등 신기술을 활용한 창작을 가르치는 메타콘텐츠학과로 구성됐다.

융합예술학부는 100% 전공자율선택제도를 도입했다. 입학 후 세 학기가 지난 후 전공을 선택하는 시스템이다. 동양화, 서양화, 판화 전공이 있는 미술창작학부 역시 자유롭게 전공을 옮길 수 있다. 전공 공부와 병행하며 수료할 수 있는 ‘마이크로 전공’ 제도를 통해서는 예술치료나 예술교육을 공부할 수 있다.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은 추계예대의 목표를 물었다. 그는 “생존”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임 총장은 학령 인구 감소는 입학 정원 250명의 소규모 예술학교인 추계예대에 더 가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추계예대는 국제학부를 설립해 유학생을 유치하고, 중국 명문 음악대학인 상하이음악학원과의 교류를 추진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추계예술대는 1974년 설립돼 올해 쉰 살이 됐습니다. 지금 당장은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우리는 100년을 보고 있습니다. 100년 뒤에도 추계예대가 순수한 마음으로 예술을 고집한 학교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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