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WTIV가 수백억원을 바다에 흘려보내고 한국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시장에 진입하려는 건 국내 해상풍력 시장이 ‘무주공산 노다지’기 때문이다. 올 8월 말까지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총 88개 해상풍력 사업 가운데 66%(19.41GW)가 해외 자본에 의해 운영된다. 해상풍력은 GW당 연간 7900억원가량의 전력·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수익을 보장한다. 해외 자본이 1년 동안 벌어들이는 수익은 15조원, 30년인 사업 기간 얻을 수익은 45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정부는 1987년 택지개발법을 제정해 육지 난개발을 철저히 막아왔다. 반면 바다 난개발에는 무심했다. 어장과 군사지역을 제외하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힐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상풍력 발전이란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해상풍력은 관리 주체가 제각각이다. 풍향계측기를 설치할 수 있는 점사용 허가의 경우 영해(12해리 이내)는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배타적경제수역(EEZ)은 해수부가 내준다. 여기에 풍력발전 사업 허가는 산업부 관할이다.
한국은 2012년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를 착공하면서 첫 상업용 해상풍력을 시작했지만 해수부는 2021년에야 기초지자체의 점사용 허가 전수조사를 했다. 발전사업 허가를 내주는 산업부 전기위원회는 해상풍력발전 사업자의 국적과 지분 구성을 공개하지 않는다. ‘사업자가 희망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발전사업 허가권을 받으면 해수면 사용권이 최대 80㎢로 넓어지기 때문에 군 작전지역이나 어업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점사용 허가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발전사업 허가를 내주는 과정에서 군, 어민과 갈등이 반복해 빚어지는 이유다. 국내산 멸치의 80%를 생산하는 경남 통영 지역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해상풍력 시장에 대한 정부의 방침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한국은 2036년까지 해상풍력 설비용량을 원전 27기 분량인 26.7GW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해상풍력 증가 수치 목표만 정했을 뿐 시장을 외국과 국내 민간 기업, 발전 공기업에 어느 정도씩 분배할지 명확한 방침이 없다는 것이다.
바다를 어떻게 관리할지 체계를 세우기도 전에 해상풍력 목표만 채우려다 보니 중국 해상풍력 설치 선박이 우리 영해를 무단 침입하고, 해외 자본이 우리 앞바다에서 땅따먹기하는 바다 난개발이 극성을 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는 “2024년 벌어지는 일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 후세의 권리를 현재 세대가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나눠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이슬기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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