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아파트 평균 월세가 370만원(보증금 1000만원 기준으로 환산)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와 전세 사기 증가, 전셋값 상승에 따른 반전세 전환 등의 영향으로 월세가 급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 플랫폼 다방과 서울 월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올해 평균값은 3년 전(145만원)보다 10.3% 오른 160만원이었다. 강동구(상승률 60.1%), 구로구(36.9%), 양천구(31.2%) 등의 월세 상승세가 가팔랐다. 서초구 평균 월세는 2021년 308만원에서 올해 370만원으로 20.1% 올랐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금액이자 역대 최고가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 월세(보증금 1억원 기준)는 작년 말 500만~600만원대에서 최근 700만~800만원대로 1년 새 200만원가량 뛰었다.
KB부동산의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지난달 119.3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지난달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4.4%로 1년 전(38.7%)보다 5.7%포인트 높아졌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부동산시장 침체와 정국 혼란 등으로 당분간 매매보다 월세 등 임대차 시장에 머물려는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주택자 전세대출 금지 이후 강남 3구 중심 고액 월세 급증
9월부터 유주택자 전세자금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월세 상승세가 가팔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6월 171만원을 기록한 뒤 9월 159만원까지 내렸지만 10월에는 167만원으로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올해 전셋값이 가장 많이 뛴 성동구는 평균 월세가 1월 228만원에서 10월 273만원으로 19.5% 올랐다. 성수동 ‘서울숲힐스테이트’ 전용면적 117㎡는 보증금 2억원 기준으로 지난해 8월 월세가 430만원이었는데 올해 11월에는 500만원에 거래됐다.
아파트 월세가 비교적 낮은 지역도 상승률은 높아지고 있다. 빌라(연립·다세대)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수요가 아파트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빌라 기피 현상으로 전·월세 상관없이 젊은 층이 빌라에서 아파트로 넘어오는 수요가 늘었다”며 “탈(脫)빌라 흐름이 강화돼 아파트 전·월세가 같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빌라 비중이 높은 강서구와 도봉구의 10월 아파트 월세는 1월과 비교해 각각 36.4%(73만원→100만원), 36.4%(71만원→97만원) 뛰었다. 상승률이 서울 자치구 중 각각 세 번째, 네 번째로 높았다.
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월세 거래(1만4530건)의 44.4%가 월세 거래였다. 10월 월세 거래 비중은 41.3%였다. 한 달 새 3%포인트가량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면서 전세와 월세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며 “올해 전·월세 전환율이 잘 떨어지지 않은 데다 전세 대출 규제도 강화돼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셋값을 월 임차료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로 통상 수치가 낮을수록 월세 부담이 줄어든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올초 4.6%에서 계속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전셋값과 전세대출 금리가 오르며 아파트 월세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 위원은 “올해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는 조정기를 거쳤지만 월세는 상승세가 꺾인 적이 없다”며 “전세 대출 한도와 이자를 고려했을 때 차라리 200만~300만원 정도의 월세를 부담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이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명현/김소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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