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순대외금융자산은 9778억달러였다. 종전 최고치인 지난 2분기 말(8585억달러)보다 1194억달러가량 늘어났다. 증가폭은 2021년 3분기(1212억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크다. 순대외금융자산은 거주자의 해외 투자 등 대외금융자산에서 외국인의 국내 투자인 대외금융부채를 뺀 값이다. 3분기 말 기준 대외금융자산은 2조5135억달러로 역대 처음 2조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탄핵 정국 속에서도 해외 투자는 증가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3~19일 1주일간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6억2296만달러에 달했다. 1주일 전(6∼12일) 순매수 금액 5억1590만달러와 비교해 20.8% 증가했다.
통상 해외 투자 증가에 따른 달러 수요 증가는 당장은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을 불러온다. 하지만 나중에 해외 투자자금이 국내로 되돌아올 때는 원·달러 환율 방어막 역할을 할 수 있다. 해외 주식을 팔고 원화로 환전하려는 수요가 늘어 환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외환당국은 지금처럼 미국 증시가 국내 증시 대비 호황을 누리는 상황에선 해외 투자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비중을 2028년 6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대규모 국내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다.
다만 1조달러에 육박하는 순대외금융자산이 장기적으로는 외환시장에서 견고한 안전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외환위기 때는 많은 대외부채 탓에 원·달러 환율 급등이 곧바로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외환위기 직전 해인 1996년 단기외채 비율은 211.4%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3분기 말 기준 단기외채비율은 37.8%에 불과하다. 지난달 외환보유액도 4154억달러로, 1996년(332억달러) 대비 12배가 넘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012억달러) 때와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다. 외환당국의 미세조정에 따라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를 밑돌더라도 외화 건전성이나 유동성에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