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라이프]
장은별(29)
#직업 : 바스킷423 디자인 실장
#학력 : 서울여대 시각디자인과 졸업
#별명 : 철미(철두철미하다고 해서)
#연애 : 현재 안함
#이상형(이성에게 포기할 수 없는 3가지) : 활동적인, 대화가 잘 통하는, 키 큰 남자
#취미 : 캠핑(월 1~2회는 무조건 캠핑. 단, 동계는 안 감)
#특기 : 골목탐방(모르는 길 찾아가기)
#주량 : 소주, 와인 각 1병
#주사 : 애교부리기
#연봉 : 대기업 대리 수준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어차피 인생 한번 뿐인데, 주저할 필요가 있을까요?” 올해 서른을 맞은 욜로족 장은별 씨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욜로 인터뷰’라고 해서 아무 말 대잔치마냥 센 척하는 건 아닌가 싶어 장 씨에게 욜로스러운 에피소드를 하나 요청했다.
“이건 재미있는 에피소드인데요.(웃음) 제가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그 중에서도 유재하 노래를 좋아해서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 관심이 많아요. 몇 해 전부터 관심 있게 봐왔는데, 한 방송에서 대회 주최 측의 상황이 안 좋아져 운영이 어렵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죠. 그래서 제가 참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우연히 방송으로 접한 소식에 장 씨는 그때부터 다음해 유재하음악경연대회 포스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콘셉트를 구상하고 1년 뒤 스케줄을 미리 체크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2015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준비시기에 맞춰 칼라, 흑백 두 가지 버전의 포스터를 제작해 주최 측에 보냈어요. 당연히 답이 안 왔죠.(웃음) 제가 원래 삼세번 원칙이 있거든요. 메일을 세 번 보내고 답이 없으면 접으려고 맘먹었어요. 근데 메일을 세 번 보냈는데 답이 없더라고요. 포기하자 싶어 달력에 스케줄을 지웠는데 그날 저녁, 대회 담당인 가수 스윗소로우한테서 연락이 온 거예요. 제가 만든 포스터를 쓰겠다고요.(웃음)”
제 26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 공식 포스터 디자인을 제작한 장 씨는 그 일을 계기로 다른 뮤지션들과도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생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장 씨의 욜로 정신이 발휘한 순간이었다.
#첫 직장 #대기업 #여행에서 자아 찾기
욜로족 장은별 씨의 직업은 디자이너다. 그녀의 출발은 IT기업인 ‘안랩’이었다.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에 입사하니 부모님께선 무척 좋아하셨지만 전 대학시절 내내 유학을 준비했던 터라 좀 아쉬웠어요. 입사 당시 기업 브랜딩과 아이덴티티를 확보하는 업무로 한창 바쁜 시기였는데, 기업 문화가 적응도 안 되고, 솔직히 재미는 없었죠.”
첫 직장에서 일과 생활을 고민하던 무렵 장 씨는 디자인 트렌드 투어를 위해 유럽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좋아하는 취미였다.
“유럽에서 만난 친구들의 공통점이 바로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는 하나쯤 가지고 있다는 거였죠. 예를 들어, 서핑이 취미인 기자가 직장을 그만두고 서핑숍을 차릴 정도로 확고한 취미가 있다는 거예요. 그 무렵 유럽에서 만난 친구에게 제 고민을 털어놓으니 ‘니가 좋아하는 걸 해봐’라며 조언해주더라고요. 그때부터 제가 좋아하는 걸 찾기 시작했어요.”
장 씨는 회사를 다니는 중에도 좋아하는 걸 찾기 위해 해외 곳곳을 다녔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배낭하나 짊어지고 곳곳을 다니기 시작했다. 자아 찾기에 나선 그녀는 드디어 좋아하는 걸 찾았다.
“제가 평소에 밥이나 빵은 잘 안 먹는데, 마시는 걸 좋아해요. 커피나 술, 차 종류는 가리지 않고 잘 먹거든요. 사소한 걸 수도 있지만 여행하면서 발견했죠.(웃음)”
여행을 통해 좋아하는 걸 찾은 장 씨는 그때부터 여행 테마를 마시는 것에 집중했다. 벨기에에선 2박 3일 동안 맥주만 마신 적도 있었다. 또 친구가 운영하던 ‘마트와인 정복기’라는 블로그를 사업화 하기 위해 마트에서 판매하는 와인을 독파하고, 관련 앱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인생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장 씨에게 문득 일에 대한 고민도 함께 찾아왔다.
#대기업 사표내고 스타트업 창업
“좋아하는 걸 찾았지만 내가 하는 일은 그대로잖아요.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그 무렵이었던 것 같아요. 지방에서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그 프로젝트 이후 다시 고민하기로 했죠."
장 씨는 프로젝트 기간 내내 주말마다 서울-통영을 오가는 열의를 보였다. 평일엔 출근하고, 주말엔 통영에서 보내는 생활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재미가 더 컸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 장 씨는 회사에 사표를 내고 창업을 선택했다. 그곳에서 디자인은 물론 브랜드 기획, 컨설팅까지 모두 도맡아하면서 일에 대한 새로운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디자인만 하는 디자이너는 싫다’라는 그녀의 모토와도 일치되는 부분이었다. 물론 프로젝트를 하는 사이에도 그녀는 부지런히 여행과 캠핑은 떠났다.
“해외여행을 가는 걸 보고 주변에서 경비에 대해 많이 묻는데, 그것도 저만의 룰이 있어요. 여행지에서 숙소는 가장 저렴한 곳을 예약해요. 잠은 어디서 자도 상관없거든요. 그리고 평소에 지출을 줄이는 편이예요. 점심은 집에서 도시락을 싸가고, 옷은 유행 안 타는 옷으로만 사고요. 그리고 전공이 디자인이라 가끔 몰래 알바도 했죠.(웃음)”
여행지에서도 그녀만의 원칙이 있다. ‘디자인’이나 ‘맥주’, ‘커피’ 등 여행 테마를 정하고, 혼자 떠나며, 관광지는 경로에서 제외한다는 원칙. 그리고 현지 친구 사귀기도 그녀만의 여행 원칙이다. 그렇다고 마냥 자린고비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꼭 가봐야 할 현지 레스토랑이나 디자인 하우스, 클럽은 아무리 비싸더라도 빼놓지 않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해외에서 친구 사귀기가 쉽지 않은데 그것도 저만의 노하우가 있어요. 대화하고 싶은 상대가 있으면 다가가서 현지에 대한 관심을 보이죠. 그럼 열에 아홉은 다 관심을 가지더라고요. 그리고 SNS를 통해 연결의 끈을 만들어 놓아요. 그럼 그 나라를 다시 방문하거나 그 친구가 한국으로 올 때 다시 만날 수 있거든요.”
#대기업-스타트업 #그리고 새로운 둥지
1년 반 가량 값진 경험을 쌓았던 스타트업을 나온 그녀는 올 초 ‘바스킷423’에 새로이 둥지를 텄다. 전공인 디자인은 물론 브랜드 마케팅, 기획을 모두 할 수 있는 회사다. 장 씨가 입사를 준비할 때 공교롭게도 이 회사와 대기업, 두 군데서 러브콜이 왔다. 하지만 장 씨가 선택한 곳은 미래 비전이 보이는 바스킷423이었다.
“사실 고민이 되긴 했지만 제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곳을 선택했어요. 바스킷423은 재래시장을 현 트렌드에 맞게 모던 시장으로 만드는 회사예요. 대기업 브랜드로 운영하기보다 자영업자와 공생할 수 있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더 나아가 지역 개발도 포함돼 있죠. 직원들에게도 창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독특한 회사예요. 저도 디자이너지만 브랜드 기획이나 컨설팅을 같이 할 수 있는 곳이라 이 회사를 선택하게 됐어요.”
#좋아하는 일 하는 #진짜 욜로
본인이 욜로족이냐는 질문에 장 씨는 “욜로라는 게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은 사람이잖아요. 지금 절 보면 욜로인 것 같아요.(웃음) 남들이 정해놓은 잣대보다 제가 즐거운 걸로 만족해요. 스스로 선택한 일에 책임까지 완벽하게 지는 게 진짜 욜로 아닐까요.(웃음)”
‘디자인만 하지 않는 디자이너’ 장은별 씨의 꿈은 ‘트렌드 큐레이터’.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직업군이지만 장 씨는 가까운 미래 자신이 만들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도 하면서 큐레이팅이 가능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디자인 트렌드를 파악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발굴하면서 큐레이팅까지 가능한 새로운 직업을 제 손으로 꼭 만들 거예요. 왜냐하면 그게 대세이니까요.(웃음)”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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