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마이나비코리아 부사장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김보경 마이나비코리아 부사장은 서른 둘, 입사 5년 만에 임원이 됐다. 일본에서 대학 졸업 후 마이나비 일본에 첫 외국인 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직접 일본과 한국을 오가면서 한국인의 우수성을 알리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김보경 부사장
1985년생
2011년 마이나비일본 입사
2016년 마이나비코리아 부사장
마이나비코리아는….
1973년 취업지원사업으로 시작한 일본 마이나비 그룹은 2016년 2월 23일, 한국과 일본간 인재 교류 확대를 위해 서울 삼성동에 한국법인을 설립했다. 2017년 한국산업인력공단의 K-MOVE 해외취업패키지사업 운영기관으로 선정된 마이나비코리아는 한국인의 일본취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굉장히 젊으세요. 부사장님의 스토리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011년도에 마이나비 일본에 첫 외국인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어요. 당시 업무는 일본기업 신입채용 컨설팅 영업이었죠. 일본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일본 학생을 컨설팅하는 일이요. 그러다 영업 1위를 하면서 2년차 때, ‘글로벌 채용기획통괄부’에 지원해 옮기게 됐죠.
왜 ‘글로벌 채용기획통괄부’에 지원했나요. 어떤 일을 하는 부서인지 궁금해요.
1위는 했지만 사실 영업이 쉽지 않았어요. ‘단순히 기업 홍보 외에 일본문화나 역사에 대해서도 얘기해야 하는데 굳이 왜 한국인을 뽑았을까. 분명 다른 게 있을 거다’ 저 자신에게 계속 물었어요. 그리고 얻은 답은, 제 외국인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인 후배를 돕는 것이었어요. 글로벌 채용기획통괄부는 외국인 유학생 채용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곳이었고 특별히 한국인 채용을 전담했죠. 그러다 일본 내 글로벌 인재 수요가 늘면서 2016년 2월 24일, 마이나비코리아가 출범했고 부사장으로 한국에 돌아오게 됐어요.
안 그래도 궁금했어요. 일본 내에 한국인 수요가 정말 많이 있나요.
알려진 것보다는 많지 않아요. 한국인이 우수한 건 알지만 일본에도 한국인 유학생이 많은데 기업이 굳이 한국까지 방문할 의사는 없죠. 게다가 글로벌 인재라고는 해도 일본은 중국이나 동남아 사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한국인 수요는 상대적으로 떨어져요.
뜻밖이네요.
일본의 유명 국립대나 일부 사립대를 제외하고는 입학기준이 높지 않아요. JLPT만 있으면 되죠. 일본 기업은 같은 대학 졸업생이라도 일본인 학생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어요. 일본 학생은 고등학교 성적이나 수능 같은 입시 성적으로 검증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조금의 비용이 들더라도 한국 대졸자를 선호할 수 있죠.
부사장님이 바로 일본 기업에 한국 대졸자를 추천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요.
한국 학생들을 만나보면 스펙은 정말 높은데 자신감이 없어요. 그래서 한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취업난 속에서 스펙만 쌓고 있으니 이런 인재를 데려오자라고 설득하고 있어요.
직접 만나본 한국 취업준비생들은 어떻던가요.
정말 불쌍해요. 스펙은 일본학생보다 비교할 수 없이 높은데 자신감이 없어요. 일본에 가면 더 풍요롭고 여유롭게 살 텐데. 그래서 더 열심히 설득했죠. 제가 한국에 와 있으니 한국학생과 일본 기업간 연결고리가 약해질 것 같아서 일부러 월간 미팅 시스템을 만들어서 매달 일본 본사에 가 한국 현지상황을 보고하고 있어요.
한국은 대기업 인사팀이 매우 보수적이에요. 일본은 외부 의견이 잘 반영되는 편인가 보네요.
일본에 마이나비 같은 채용전문 업체가 많은데, 한국보다 훨씬 업무가 세분화 돼 있어요. 또 주기적으로 채용동향을 조사하는데 이 항목도 구체적이라 기업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죠. 그래서 채용 전은 물론 후에도 전문 업체들과 함께 ‘모집 단계의 이력서 내용이 알맞았나’, ‘난이도가 높진 않았나’, ‘면접관의 자리 배치는 자연스러웠나’ 등을 하나하나 복기해요.
일본의 채용동향은 어떤가요.
일본은 ‘종합직 일괄채용’이라 해요. 전공불문 채용이죠. 또 신입사원 채용이 많아요. 신입교육 기간을 1~3년 정도로 여유 있게 잡거든요. 그래서 한국보다 스펙을 조금 덜 보고 대신 잠재력을 평가하죠. 또 연봉이 아닌 월급제도고 상여금이 연 2회 나와서 회당 3~4개월분의 월급을 받을 수 있어요.
특별히 내세우는 한국인의 강점이 있다면요.
일본기업은 글로벌 인재에 대한 수요가 많아요. 그런데 일본 학생들은 현재 삶에 만족해서인지 해외 진출 의사가 별로 없죠. 한국인은 일어와 영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동시에 해외진출 욕심도 많아요. 무엇보다 열정이 넘치고요.
근무환경도 한국과 차이가 있나요?
‘9to6’, 주5일제라는 점은 비슷하고 기업에 따라 플렉시블타임제도 활용하죠. 출산 및 육아휴직은 더 자유로워요 ‘시탄(시간단축)’이라는 시간제 일자리가 일반화 돼있고 휴가도 많아요. 제가 지금 7년차인데 유급휴가가 연 40일 나오거든요.
연봉도 궁금해요.
특이한 게, 신입초봉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차이가 거의 없어요. 연봉으로 치면 3400~4000만원 정도죠. 대신 나중에 보너스가 달라지지만요.
그럼 우선 중소기업에 입사해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겠네요.
그렇진 않아요. 반대의 경우는 많아도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건 일본도 어렵죠. 대기업-중소기업 순으로 경쟁률이 낮아지는 건 한국과 같아요.
일본도 공채 시즌이 있나요?
일본은 보통 연 1회, 3월 한 번 2만5000개 기업이 대규모 정기공채를 해요.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순으로요. 3월 후부터는 채용 기업 수가 줄어드는 거죠.
일본의 채용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서류심사-인적성검사-면접으로 한국과 비슷해요. 단 면접이 담당자, 과장, 부장, 임원면접 등 4~5차까지 있어요. PT면접은 없고 주로 그룹과제, 토의면접으로 이뤄지는데 조별로 과제를 풀이하는 과정을 보죠. 자기소개서는 교내외에서 가장 몰두한 경험, 장점, 지원동기 등을 각 500자 이내로 적어야 해요. 결과보다는 어떤 식으로 생각했고, 실행했고, 실패를 어떻게 개선했는지 전체 스토리를 봐요. 평가 기준은 오직 대학 4년이고요. 교육 기간이 긴 만큼 입사 후 학습이 가능한지를 상상하는 거예요. 최근 경기가 좋아지면서 조금 더 인간적인 면을 본다고 생각하면 돼요.
전공이나 자격사항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이과와 달리 문과는 전공이 불필요해요. 원하는 분야 관련 경험이나 지식이 있으면 돼요.
한국 대졸자로서 어떤 점을 강조하면 좋을까요.
일본어와 영어 구사력, 열정 그리고 배우려는 자세요. 특히 일본의 임원급들은 우리나라의 엄격한 상하관계를 부러워하죠.
지금 특히 많이 뽑는 직종이 있나요.
영업직이나 인사 총무, 회계요. 이공계열은 확실히 IT 수요가 가장 많아요.
현재 마이나비가 주력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더 좋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한국인 채용에 많이 폐쇄적이에요. 매년 2만5000개 기업이 채용하는데 이중 한국에 직접 와서 채용하는 기업은 50~100개에 불과해요. 또 오래 정착시키는 것도 중요해요. 그래야 후배에게도 기회가 생기거든요. 직접 채용시킨 친구들을 모아서 언니누나처럼 같이 고민상담을 해줘요. 결국은 다 같은 ‘외국인 노동자’인 셈이니까요.
기억에 남는 성공사례도 있을 것 같아요.
한 한국인 친구를 일본 대형 화학회사에 취업시켰는데 그 회사 인사부 담당자가 얼마 뒤,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현업 실무자가 인사부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는 우수한 인재를 뽑아줬다며 감사해했던 거예요. 일본은 웬만해서는 속 이야기를 잘 안하는 걸 알기에 더 뿌듯했죠.
부사장님이 ‘인사’업계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외교관이 꿈이었어요. 통일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실제 외교관을 만날 수 있었는데 활달하고 적극적인 제 성격과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보다 화려한 직업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민간 외교관이 돼 보자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서는 저 역시 일본어라는 문과전공자로서 취업이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일본은 더 어렵더라고요. 일본은 그룹토의면접이 많은데 대개 저 혼자 외국인이다 보니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았죠. 눈물콧물을 쏟았어요. 그러다 저와 가장 문화가 맞는 이곳에 다행히 입사하게 됐죠.
얼마 전, ‘일본 취업 성공전략 설명회’에 연사로 섰죠. 참가 소감이 어떤가요.
일본 취업이유를 물어보면 절반이 여자친구나 남자친구 때문이라고 해요. 믿기지 않죠? 그런데 정말 많아요. 이런 점은 주의해 주세요. 또 요즘 일본구인난이 심각하다는 기사 때문인지 일본 기업을 쉽게 보는 경우도 많아요. 현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일본은 겸손한 사람을 좋아해요.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질 좋은 구인처를 발굴해서 한국 청년들에게 더 많이 제공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제가 좋은 본보기가 돼야 해요. ‘김보경=우수하다=한국인’이라는 공식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사진=서범세 기자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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