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 / 김석진 대학생기자] 대학생에게 학교 근처 시장이란 어떤 의미일까? 학교 정문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흑석시장이 있는 중앙대생들에게 의미를 물었다.
그랬더니 돌아온 답변은 ‘다른 대학들 보다 맛집의 선택지가 하나 더 있는 정도’ 혹은 ‘갈 일이 없다’ 또는 ‘내가 반찬을 사러 가는 곳’ 등 제각각이었다. 그렇다면 시장 상인들의 대학생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학생들의 발길이 줄어들 중간고사 기간에 흑석시장 상인들을 만났다.
흑석시장은 서울의 유명한 통인시장이나 광장시장에 비하면 비교적 작은 동네 시장 정도의 크기다. 기자가 찾은 이 날도 동네 주민들이 찾는 경우가 많았고 중간고사 기간인지라 대학생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장 먼저 시장 입구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주인에게 대화를 시도해보았다. 아무래도 입구에 있다 보니 시장에서 돌아가는 일을 모두 알 것만 같았다. 명함을 내밀며 인사 후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첫 질문은 대학생들이 흑석시장을 많이 오는 지였고 주인은 “대학생들이 시장에는 많이 오지만 떡집은 많이 찾는 집이 아니”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대학생들은 흑석시장에서 주로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순댓국밥집이나 돈가스 가게가 인기가 많고 자취하는 학생들에게는 반찬가게가 인기가 많다”고 했다.
시장입구를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가 보니 여러 반찬가게가 눈에 띄었다. 대량으로 게장이나 김치를 파는 반찬가게가 두 군데 있었고 팩 단위로 먹기 좋게 포장해서 파는 가게가 세 군데 있었다. 그중 반찬 종류가 가장 많고 ‘3팩에 5000원’이라는 빨간 배경에 흰 글씨 팻말이 우뚝 솟아있는 반찬가게에 발길을 멈췄다.
주인에게 간단한 취재를 허락받은 후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기자라고 소개하니 주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가장 먼저 대학생들이 많이 오는 시간이 언제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대학생들이 수업이 다 제각각 마치고 또 식당이 아니니까” 특정 시간에 몰려오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주로 무슨 반찬을 사가냐는 질문에는 “우리 가게 반찬은 다 인기가 좋다”고 대답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주로 자취생들이 많이 찾느냐고 물으니 “자취생들도 오지만 MT나 동아리 행사를 준비하는 대학생들도 많이 와서 김치나 전, 두루치기를 많이 사간다”고 했다. 마지막에는 “단골 중에 대학생들 많다”며 ‘더 많은 학생들이 왔으면’ 하는 희망도 내비쳤다.
마지막 가게는 흑석시장에서 대학생들이 제일 많이 찾는 순댓국밥집이었다. 흑석시장에서만 47년 가게를 운영했다는 주인은 세월만큼이나 만난 대학생들 수가 많아서인지 인터뷰에 적극적이었다. 대학생들이 주로 언제 많이 오냐는 첫 질문에 “OT나 MT가 끝난 후 다 같이 회식 오는 경우가 가장 많고 동아리 행사나 고사 등으로 돼지 머리를 사러 오는 학생들도 있다”고 했다.
또 “십몇 년 전만해도 족발에 소주를 폭주하는 대학생들을 심심찮게 봤는데 요즈음 대학생들이 술을 많이 안 마신다”는 농담도 했다. 수십 년 전의 그 당시 대학생 손님들이 이제는 장년층이 되어 식당을 다시 찾지만, 대학생 때 배고팠던 시절 그 맛과 향수는 더는 나지 않는다는 말도 전했다.
주인은 그런 학생들을 볼 때마다 고맙고 기특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생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대학 시절은 ‘인생의 황금기’인데 그 주옥같은 시기에 졸업 후의 취업난 등 심적 고민을 해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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