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5일 서울 강북구 애화학교에서 서경대 음악 전공생들이 음악회를 열었다. 사진=이진호 기자
[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 서울 강북구에 있는 애화학교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다. 그런데 지난 5월 25일 오전 등교를 맞이하는 이곳 학생들을 위한 음악회가 열렸다. 청각 장애 학생들을 위해 음악회를 연 주인공은 바로 서경대 음악 전공생들이다. 이들이 왜 이곳에서 연주회를 연 것일까.
이번 음악회는 강북교육지원청과 서경대가 함께 진행한 지역연계 학교예술교육 활성화 사업의 일환이다. ‘함지박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 사업에서 서경대는 지역 내 학교를 찾아가는 등굣길 음악회를 맡았다. 서경대는 예술대학이 강점으로 뽑혔다.
이날 연주회는 오전 8시 30분부터 9시까지 30분가량 진행됐다. 특별한 무대 없이 운동장에서 진행됐지만, 여느 공연장 못지않은 호응이 있었다.
서경대 학생들은 청각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배려해 연주와 함께 행동에도 신경을 썼다. 박세원(서경대 음악학부 4) 씨는 “반응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학생들이 손뼉 치며 기뻐하는 모습에 뭉클했다”고 말했다. 트럼펫을 연주한 주영빈(서경대 음악학부 대학원) 씨 역시 “아이들의 순수한 표정에 나도 모르게 연주하면서 흥분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연주회는 5명이 참여했다. ‘스페로’라는 팀 명을 가진 이들은 3년 호흡을 맞출 만큼 친한 사이다. 팀 명에 대해 이충희(서경대 음악학부 4) 씨는 “스페로는 스페인어로 ‘숨 쉬는 한 희망이 있다’라는 말이다. 같은 전공 내에서 연습하던 중 서로 마음이 맞아 팀을 꾸렸다”고 말했다.
예술전공자, 무대 경험 중요시 해
이번 음악회는 애화학교 학생들뿐 아니라, 서경대 학생들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서경대 학생들은 이날 ‘무대 경험’이라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음악전공 학생들에게 공연 기회는 중요하다”고 입 모아 이야기했다. 주영빈 씨는 “예술가는 보여주는 직업이다. 무대에 서보는 것이 도움된다. 무대는 돌발 상황이 많다. 그래서 경험이 중요하다. 많은 예술전공자가 공연장을 찾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한 백송이(서경대 음악학부 4) 씨는 “음악회는 일반적으로 실내에서 많이 하는데, 이번 공연은 야외였다. 소리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바람 등 외부적인 요인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경험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튜바를 연주한 임진솔(서경대 음악학부 4) 씨 역시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술경영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꿈인데, 현장 경험이 있으면 좀 더 나은 공연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예술전공 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보다 ‘예술가’라는 이름으로 본인만의 활동을 이어간다. 그래서 연주할 기회를 많이 얻어 본인만의 경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고 싶은 이충희 씨 역시 그래서 경험을 중시한다. 이 씨는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은 많고, 공연 기회는 제한적이다. 특히나 사회적인 분위기에 따라 공연이 축소되기도 한다. 최근 촛불시위부터 대선까지 기간이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서경대 ‘방과 후 학교’로 경력 쌓게 해
▲ 음악회를 연 서경대 학생들. 왼쪽부터 이충희, 임진솔, 백송이, 박세원, 주영빈 씨.
음악대학의 규모가 큰 서경대는 학생들을 위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것이 ‘방과 후 수업 지도’다.
서경대 음악학부 학생들은 3, 4학년이 되면 의무적으로, 한 학기 동안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한다. 일주일에 한 번 3시간씩 초등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것이 일이다.
박세원 씨는 “방과 후 수업을 한 학기 동안 하면 강사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경험이 예술 활동을 하는 데 도움준다”고 말했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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