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장관 지명자, 청문회서 잇따른 말실수

입력 2013-02-01 08:58  

'적대국가'에 대한 유화적 입장으로 의회 인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 지명자가 1일(한국시각) 열린 인준 청문회에서도 치명적인 말실수를 잇따라 해 청문회 통과에 빨간 불이 커졌다.

헤이글 지명자는 과거 연방상원 의원 재직 당시 이란의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과 관련해 "합법적인 국가(legitimate state)의 일부를 테러단체로 규정한 사례가 없다"며 이란을 '합법적 국가'로 표현했다.

그는 "이란은 UN회원국이자 대부분의 나라가 이란에 대사관을 두고 있다"며 "선거에 의해 선출된 합법적 국가"라고 거듭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민주당 의원들조차 "이란은 합법적 국가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헤이글 지명자는 결국 "합법적 국가 대신 '국가로 인정된(recognized)'이라는 표현을 썼어야 했다"며 물러섰다.

헤이글 지명자는 또 이란 핵무기 개발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봉쇄정책'으로 표현해 물의를 일으켰다. 오바마 행정부는 '봉쇄정책' 대신 이란이 핵무기를 아예 개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예방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헤이글 지명자 역시 의원들의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이란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예방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원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봉쇄정책'으로 표현하자 "내가 봉쇄정책으로 잘못 말했다는 쪽지를 방금 받았다. 만약 그렇게 말했더라도 진의는 '봉쇄정책'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정정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그가 과거에도 "이란 봉쇄정책이 오늘날에도 적절하다(relevant)"라고 발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오바마 행정부 내각으로서 대 이란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이밖에 북한에 대해서는 '핵 보유국'으로 잘못 이해될 수 있는 '핵파워'(nuclear power)라는 표현을 썼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더라도'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공화당 상원의원 출신인 헤이글 지명자는 이라크 파병 증원에 반대하고 이란에 대한 물리적 개입을 반대하는 등 유화적 입장으로 동료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존 매케인 의원등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헤이글 인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청문회 통과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상원 의원 가운데 한명이라도 장관 지명자의 인준을 '보류'(hold)할 경우 해당 지명자는 장관에 사실상 임명될 수 없다.
hope@cbs.co.kr
[워싱턴=CBS이기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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