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놓고 재미 일본인 분열

입력 2013-05-02 02:36  

미국 주요언론들이 일본의 과거사 반성이 부족하다고 잇따라 지적하고 있는 가운데 주미 일본대사가 과거사에 대해 일본이 충분히 반성했다고 주장하자 재미 일본인이 '더 속죄해야 한다'고 반박하는 등 재미 일본사회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대사는 1일(한국시각) 워싱턴포스트(WP) 독자투고란을 통해 "지난 27일 WP의 '역사를 직시하지 못하는 능력'이라는 사설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2차 대전 희생자에 대해 깊은 후회와 사과를 국내외적으로 표명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주에도 일본 정부 대변인이 밝혔듯이 이같은 감정은 아베 신조 내각의 감정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역사를 직시하는 것이 항상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역사를 직시하는) 이같은 노력은 역사적 사실을 연구하는 역사가들과 지식인들이 이룬 진전에 의해 촉진된다"고 밝혀 2차 대전중 일제의 만행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그는 "과거로부터 배운 교훈으로 일본은 자유와 민주주의 바탕으로 하는 사회를 건설했고 아시아 평화와 한반도 안정에 기여해 왔다"고 주장한 뒤 "한국과 인근 국가는 일본의 소중한 파트너"라고 밝혔다.

이어 "책임있는 민주 국가로서 일본은 이웃 국가와 함께 아시아 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에 계속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사에 대사의 주장에 대해 버지니아 주 비엔나 거주 일본인 유키 헤닝거씨는 역시 독자투고란을 통해 "WP의 사설은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이 아시아 국가들에게 끼친 원한에 대해 세계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일본에게 필요적절한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헤닝거씨는 "일본에서 교육을 받은 60대 초반의 일본 여성으로서 나는 일본이 원폭의 피해자이지 전쟁을 일으킨 국가는 아니라는 교육을 받았던 것을 기억한다"며 "나는 일본의 부정이 독일의 속죄와 얼마나 대조가 되는지를 궁금히 여겨왔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서 만난 한국인과 중국인,필리핀인, 네덜란드 사람들이 일본의 전쟁만행이 나머지 국가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대해 비록 거북하지만 객관적인 시각을 제공해주었다"며 "불행하게도 일본에 있는 동년배들은 물론 일본 언론들은 이런 문제를 꺼려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를 비롯한 미국 거주 일본인들은 세계 여론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하지만 '모난 돌이 정맞는다'는 속담의 일본 사회는 이런 민감한 문제를 제기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hope@cbs.co.kr
[워싱턴=CBS이기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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