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무죄, 흑인유죄…정당방위법 아전인수"

입력 2013-07-16 04:59  

[워싱턴=CBS노컷뉴스 이기범 특파원] 흑인 청소년을 살해한 20대 백인에게 '정당방위'가 인정돼 무죄평결이 내려진 가운데 최근에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에게 정당방위 차원에서 '위협사격'을 가했던 흑인 여성에게는 징역 20년의 중형이 선고돼 '백인 무죄, 흑인 유죄'라는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지난 12일(한국시각) 플로리다 주 잭슨빌 법원의 배심원들은 살인혐의로 기소된 마리사 알렉산더(여,31)에 대해 징역 20년형을 선고했다.

알렉산더는 지난 2010년 8월, 남아있던 옷가지를 챙겨 나오기 위해 집으로 갔다가 남편과 조우했다. 당시 남편은 가정폭력 문제로 알렉산더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였으며 두 사람은 별거중이었다.

남편은 알렉산더가 전 남편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고 질투심에 알렉산더를 공격하려 했고, 이에 두려움을 느낀 알렉산더는 차고로 달려가 차를 타고 도망치려했다.

그러나 자동차 열쇠를 챙겨 나오지 못했던 알렉산더는 차에 있던 권총을 꺼내 다시 집으로 돌아간 뒤 남편에게 총을 쐈다. 알렉산더는 '그에게 총을 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위협용으로 벽을 향해 쏜 것'이라며 '그의 협박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총은 벽을 향해 발사됐고 아무도 다치거나 숨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알렉산더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는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플로리다 주의 '정당방위법'(일명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을 인용해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배심원들은 '알렉산더가 도망치지 않고 권총을 들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사실'을 들어 알렉산더의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플로리다 주 법에 따르면 총기를 사용할 경우 최소 10년의 징역형을, 총기를 발사할 경우 최소 20년, 발사된 총기로 사람이 다치거나 숨졌을 경우 최고 종신형까지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알렉산더는 징역 20년을 선고받게 됐다.

이에 대해 흑인 단체와 여성 단체들은 플로리다 주의 '정당방위법'이 인종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고 비난했다.

이들 단체들은 "이번 판결은 두 가지 점을 우리에게 보여준다"며 "하나는 피고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이라면 정당방위법은 적용 되지 않는다는 점이며 또 하나는 피고가 흑인이면 법은 달리 적용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플로리다 주 샌포드 시 순회법원의 배심원들은 흑인 청소년을 범죄자로 오인해 총으로 쏴 살해한 히스패닉계 백인 조지 지머맨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해 무죄평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흑인단체들이 인종차별이라며 전국적인 시위에 들어가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당시 배심원단에는 흑인이 한명도 없어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hop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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