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실직', '권고사직'…증권가 퇴사압력 거세다

입력 2013-02-04 05:51  

유례없는 불황을 맞은 증권업계에서 직원들에게 조기퇴직을 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명예퇴직 대상이 아닌 직원의 보직을 박탈하거나 한직으로 발령해 사실상 '사내실직'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모 대형 증권사는 직원 100여명을 무더기로권고사직 처리했다. 또 다른 증권사는 최근 본사 직원 일부를 지방 지점으로 발령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관리직에서 영업직으로의 전환은 무척 견디기힘든 일"이라며 "버티지 못하는 사람은 회사를 나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영업직 직원을 연고가 없는 지방으로 발령해 퇴직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한 관계자는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는 당연히 성과를 내기가 힘들다"면서 "그러면 월급으로 기본급 정도 또는 100만원 남짓만 받는데, 이는 사실상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예 회사측이 '지방 발령을 받겠느냐 아니면 월급 3개월치를 받고 권고사직을 수용하겠느냐'고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간부급 직원의 보직을 박탈하는 사례도 잦다"면서 "경기 악화로 이런 편법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 증권가에서 일반적인 추세로 자리잡은 지점 통폐합도 조기퇴직을 부추기는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협회에 등록된 62개 증권사의 지점 수는 1천681개로 전년 말(1천778개)보다 97개나 줄었다. 결과적으로 보직 수가감소하면서 '사내실직' 상태가 된 직원이 많다.

사내 실직은 회사를 다니고 있으나 실직과 다름없이 특정된 보직이 없는 경우를말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증권가의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업황이 개선될 조짐이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작년 7∼9월까지는 주식시장이 안 좋아도 채권 금리가내렸고, 정책금리도 인하되는 추세여서 채권운용 수익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10∼12월에는 수익사정이 어려웠고 올해 1월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매영업, 투자은행영업 등 부문을 따질 것 없이 고루 안 좋고 특히 중소형사의 3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이번 4분기가 끝나는 3월께 다수 증권사가 인력관련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계약직 비율이 높은 증권사 리서치센터에도 3월부터 광풍이불 것"이라면서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성과를 내려 하지만 분위기가 정말 좋지않다"고 전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결산법인 중 연결실적을 제출한 증권사 17곳의 작년 4~9월 영업이익은 4천540억원으로 전년 동기(7천672억원)보다 40.8%줄었고, 같은 기간 국내 62개 증권사의 임직원수는 4만3천91명으로 729명이 감소했다.

hwangch@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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