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이 아시아권에서 속칭 '왕따'를 당한 데는 엔저와 뱅가드 벤치마크 변경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유동성 확대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외국인은 아시아 신흥국 주식시장 비중을 일제히 늘렸지만, 환율 변수에 묶인 한국 시장은 소외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의 매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 外人, 아시아 신흥국 주식 중 '한국 주식'만 매도 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외국인은 1월 한 달간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총 47억2천200만달러(5조1천2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인도(40억6천만달러), 필리핀(6억7천만달러), 인도네시아(5억9천만달러), 대만(5억5천만달러), 태국(5억달러), 베트남(1억1천만달러) 등 모든 아시아 신흥국 시장에서 주식을 쓸어담았다.
외국인 투자자는 그러나 한국 증시에서 17조5천억달러 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아시아 신흥 시장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린 데는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와 유동성 확대 등의 요인이 작용했다.
미국 재정절벽 협상이 부분적으로 타결되고 지난달 미국의 부채 한도 증액 협상도 일단락하면서 미국의 재정 불안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여기다 각국의 유동성 강화로 위험자산 선호가 살아났고 외국인은 신흥 아시아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의 활발한 매수세에 힘입어 1월초 인도 센섹스지수가 2년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태국 SET는 1994년말 이후 18년 만에 종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도네시아 JCI는 작년 말부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베트남 VNI 지수는 1월 한 달간 16%나 뛰었다.
하지만 한국 주식시장은 아시아 금융시장의 상승세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코스피는 1월 한 달간 1.76% 내렸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8천884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국제금융센터 김윤선 연구원은 "한국은 지난달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 산업 우려, 뱅가드펀드의 벤치마크 지수 변경에 따른 자금 유출 등 때문에 세계 증시와 반대로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韓 환율 변수 아직도 '발목'…뱅가드도 '셀 코리아'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 투자를 꺼리는 데는 '엔화약세ㆍ원화강세'로인한 수출기업 타격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무제한 통화 완화'를 기치로 정권을 잡으면서 엔화 가치는 곤두박질 쳤다.
양적 완화, 자산 매입 등을 통해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을 진행하는 주요국과 달리 별다른 조치가 없던 한국은 원화 가치가 급상승했다.
작년 11월 100엔당 1천376원에 달했던 원ㆍ엔 환율은 지난달 말 100엔당 1천194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정보기술(IT) 업종 등에서외국인의 매물이 쏟아졌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원화 가치는 외환 당국이 시장 대책을 추진해 추가절상을 막을 수 있지만 엔화 가치는 당국이 조절할 여지가 없다"라며 "원ㆍ엔 환율의 급격한 하락은 올해 우리 수출의 침체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신흥국 시장 전반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평가하지만 '엔저' 국면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한국 시장은 외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적인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뱅가드의 벤치마크 지수 변경도 외국인의매도를 부추겼다.
뱅가드는 운용비용을 축소하고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를 사용한 6개 펀드의 벤치마크를 1월부터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로 바꿨다.
이에 따라 뱅가드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오는 6월 말 또는 7월 초까지 9조원이넘는 자금을 빼낼 것으로 예상된다.
KB투자증권 김성노 연구원은 "1월에는 뱅가드의 벤치마크 변경에 따른 기계적인한국 주식 비중 축소보다 2배 이상 많은 외국인 매도가 쏟아졌다"며 "이는 외국인이뱅가드의 비중 축소를 고려해 한국 시장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2월, 환율은 '진정'…수급 불안은 여전 외국인 매도세가 이달부터 나아질지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환율 변수는 다소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가 일본의 노골적인 통화 완화책을 비판하기 시작한 만큼 그 속도는 느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재 연구원은 "일본 아베 정권의 엔화 약세 정책은 이달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아베 정권이 속도 조절에 나선다면 엔저로 초래된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진정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세계 경기 회복으로 수출 기업의 수요가 회복 신호를 보인다면 한국 주식시장에대한 투자 심리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윤선 연구원은 "바클레이즈, JP모간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은 코스피가 수출기업 우려 때문에 단기 조정을 피할 수 없겠지만 자동차ㆍIT 수요 증가와 한국 경기회복 기대 등으로 중기적 관점에서는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뱅가드의 벤치마크 변경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외국인의 매수세가 눈에 띄게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엠투자증권 임노중 투자전략팀장은 "2월 들어 이틀간 외국인의 매도세가 잠시 주춤했지만 아직 외국인이 매수 추세로 전환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뱅가드의벤치마크 변경이 완료될 때까지 외국인의 매물 부담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hwangch@yna.co.kr hye1@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유동성 확대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외국인은 아시아 신흥국 주식시장 비중을 일제히 늘렸지만, 환율 변수에 묶인 한국 시장은 소외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의 매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 外人, 아시아 신흥국 주식 중 '한국 주식'만 매도 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외국인은 1월 한 달간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총 47억2천200만달러(5조1천2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인도(40억6천만달러), 필리핀(6억7천만달러), 인도네시아(5억9천만달러), 대만(5억5천만달러), 태국(5억달러), 베트남(1억1천만달러) 등 모든 아시아 신흥국 시장에서 주식을 쓸어담았다.
외국인 투자자는 그러나 한국 증시에서 17조5천억달러 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아시아 신흥 시장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린 데는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와 유동성 확대 등의 요인이 작용했다.
미국 재정절벽 협상이 부분적으로 타결되고 지난달 미국의 부채 한도 증액 협상도 일단락하면서 미국의 재정 불안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여기다 각국의 유동성 강화로 위험자산 선호가 살아났고 외국인은 신흥 아시아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의 활발한 매수세에 힘입어 1월초 인도 센섹스지수가 2년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태국 SET는 1994년말 이후 18년 만에 종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도네시아 JCI는 작년 말부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베트남 VNI 지수는 1월 한 달간 16%나 뛰었다.
하지만 한국 주식시장은 아시아 금융시장의 상승세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코스피는 1월 한 달간 1.76% 내렸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8천884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국제금융센터 김윤선 연구원은 "한국은 지난달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 산업 우려, 뱅가드펀드의 벤치마크 지수 변경에 따른 자금 유출 등 때문에 세계 증시와 반대로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韓 환율 변수 아직도 '발목'…뱅가드도 '셀 코리아'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 투자를 꺼리는 데는 '엔화약세ㆍ원화강세'로인한 수출기업 타격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무제한 통화 완화'를 기치로 정권을 잡으면서 엔화 가치는 곤두박질 쳤다.
양적 완화, 자산 매입 등을 통해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을 진행하는 주요국과 달리 별다른 조치가 없던 한국은 원화 가치가 급상승했다.
작년 11월 100엔당 1천376원에 달했던 원ㆍ엔 환율은 지난달 말 100엔당 1천194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정보기술(IT) 업종 등에서외국인의 매물이 쏟아졌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원화 가치는 외환 당국이 시장 대책을 추진해 추가절상을 막을 수 있지만 엔화 가치는 당국이 조절할 여지가 없다"라며 "원ㆍ엔 환율의 급격한 하락은 올해 우리 수출의 침체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신흥국 시장 전반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평가하지만 '엔저' 국면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한국 시장은 외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적인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뱅가드의 벤치마크 지수 변경도 외국인의매도를 부추겼다.
뱅가드는 운용비용을 축소하고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를 사용한 6개 펀드의 벤치마크를 1월부터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로 바꿨다.
이에 따라 뱅가드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오는 6월 말 또는 7월 초까지 9조원이넘는 자금을 빼낼 것으로 예상된다.
KB투자증권 김성노 연구원은 "1월에는 뱅가드의 벤치마크 변경에 따른 기계적인한국 주식 비중 축소보다 2배 이상 많은 외국인 매도가 쏟아졌다"며 "이는 외국인이뱅가드의 비중 축소를 고려해 한국 시장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2월, 환율은 '진정'…수급 불안은 여전 외국인 매도세가 이달부터 나아질지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환율 변수는 다소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가 일본의 노골적인 통화 완화책을 비판하기 시작한 만큼 그 속도는 느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재 연구원은 "일본 아베 정권의 엔화 약세 정책은 이달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아베 정권이 속도 조절에 나선다면 엔저로 초래된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진정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세계 경기 회복으로 수출 기업의 수요가 회복 신호를 보인다면 한국 주식시장에대한 투자 심리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윤선 연구원은 "바클레이즈, JP모간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은 코스피가 수출기업 우려 때문에 단기 조정을 피할 수 없겠지만 자동차ㆍIT 수요 증가와 한국 경기회복 기대 등으로 중기적 관점에서는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뱅가드의 벤치마크 변경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외국인의 매수세가 눈에 띄게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엠투자증권 임노중 투자전략팀장은 "2월 들어 이틀간 외국인의 매도세가 잠시 주춤했지만 아직 외국인이 매수 추세로 전환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뱅가드의벤치마크 변경이 완료될 때까지 외국인의 매물 부담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hwangch@yna.co.kr hye1@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