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의 '독립'을 둘러싸고 최대주주인 한국거래소와 자회사 예탁원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드시 독립하겠다'는 예탁원과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는 거래소. 이들은 모두 자본시장의 원활한 운행과 고객사에 대한 서비스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그간 켜켜이 쌓인 감정의 대립과 잇속 챙기기도 만만치 않다.
'기관 이기주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안팎으로 나오고 있지만 어느 한 쪽도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 양기관 "자본시장 위한다" 주장 예탁원이 내세우는 '독립'의 명분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자유로운 의사 결정권의 확보다.
현재 거래소가 예탁원의 지분 70.4%(코스콤 지분까지 합치면 75.0%)를 갖고 있어 기본적인 사업구상이나 의사결정에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탁원은 거래소의 지분을 줄이고 실질 이용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의사결정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업무가 국내외 증권의 예탁과 결제에 더해대차거래, 기업어음(CP)과 콜시장을 대체할 전자단기사채, 단기자금시장 개선을 위한 기관 간 환매조건부거래(Reop거래) 관련 영역으로 확장됨에 따라 이용자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예탁원의 한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인 증권사의 요청대로 이용 수수료율을 낮추려 해도 정관변경에서부터 거래소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고 토로했다.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확실시되는 상황도 독립을 위한 주요 근거다.
예탁원의 관계자는 "거래소가 민간 기관이 되면 공공성보다 수익성이 치우친 경영 방침에 맞추어 예탁원의 의사결정도 조정돼야 하는데 이는 공공재로서 예탁원의기능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거래소는 이런 의견에 대해 반박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주의 지분을 줄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주주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자본시장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더욱 예탁원이 자회사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증권 거래를 완료하려면 예탁과 결제가 필수적인데, 예탁원이 독립적인 회사가 되면 업무 지시와 협조요청이 제대로 수용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실상은 감정싸움에 잇속 챙기기 얽혀 이들 기관의 싸움은 오래됐다.
지난 2003년 거래소가 가진 예탁원 지분을 50% 미만으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증권·선물시장 선진화 방안'이 발표되면서 이들 두 기관의 갈등은 시작돼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두 기관의 싸움이 이토록 오래 이어진 데는 감정싸움과 잇속 챙기기가 기본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선 거래소로서는 예탁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있다. 거래소는 올해에도 예탁원으로부터 90억원 정도의 배당금을 받는다. 꾸준한 수익원인 예탁원을 굳이 포기할이유가 없는 것이다.
예탁원의 업무 영역이 거래소를 능가할 만큼 넓어지고 조직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거래소로서는 이 기관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예탁원을 자회사로 보유한 것만으로도 거래소는 자본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것"이라고 풀이했다.
거래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예탁원은 처음부터 우리가 키운 자회사인데, 무작정 독립해 자기들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예탁원은 나름대로 거래소에 '쌓인 감정'이 많다.
예탁원 관계자는 "처음에 거래소로부터 분리됐을 때 직원 복지나 건물사용 등사소한 문제에서부터 거래소의 차별대우가 이어졌고, 한때는 임원자리에 '낙하산'인사를 보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거래소 지분을 줄이는 조건으로 2005년 코스닥시장 법인 청산기능까지 넘겨줬는데 거래소는 합의를 계속 무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예탁원이 거래소에 서운한 감정이 있다는 점은 금융감독 당국에서도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 기관의 한 관계자는 "2007년 자본시장통합법 마련 때 두 기관이 업무분담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의견충돌이 일어났던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 당분간 독립전쟁 이어질 듯 이를 지켜보는 금융투자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예탁원이나 거래소나 고객사에 고압적인 태도는 마찬가지인데 서로 이용자 편익과 자본시장 발전을 내세우는 것은 가식적인 변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예탁원의 독립으로 고객사에 대한 서비스가 개선된다면 환영이지만 기관의 입지만 높이려고 한다면 비판이 커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예탁원의 한 관계자는 "예탁원이나 거래소가 말하는 표면적 명분 뒤에 '밥그릇'싸움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독립 전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두 기관 사이의 지분 조정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금융위원회는 이 문제를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와 함께 논의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탁원의 지배구조 문제는 거래소의 기업공개(IPO)와 함께 언젠가는 논의될 문제"라며 "예탁원 지분 문제도 적절한 시점을 봐서 견해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ohyes@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반드시 독립하겠다'는 예탁원과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는 거래소. 이들은 모두 자본시장의 원활한 운행과 고객사에 대한 서비스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그간 켜켜이 쌓인 감정의 대립과 잇속 챙기기도 만만치 않다.
'기관 이기주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안팎으로 나오고 있지만 어느 한 쪽도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 양기관 "자본시장 위한다" 주장 예탁원이 내세우는 '독립'의 명분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자유로운 의사 결정권의 확보다.
현재 거래소가 예탁원의 지분 70.4%(코스콤 지분까지 합치면 75.0%)를 갖고 있어 기본적인 사업구상이나 의사결정에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탁원은 거래소의 지분을 줄이고 실질 이용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의사결정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업무가 국내외 증권의 예탁과 결제에 더해대차거래, 기업어음(CP)과 콜시장을 대체할 전자단기사채, 단기자금시장 개선을 위한 기관 간 환매조건부거래(Reop거래) 관련 영역으로 확장됨에 따라 이용자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예탁원의 한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인 증권사의 요청대로 이용 수수료율을 낮추려 해도 정관변경에서부터 거래소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고 토로했다.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확실시되는 상황도 독립을 위한 주요 근거다.
예탁원의 관계자는 "거래소가 민간 기관이 되면 공공성보다 수익성이 치우친 경영 방침에 맞추어 예탁원의 의사결정도 조정돼야 하는데 이는 공공재로서 예탁원의기능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거래소는 이런 의견에 대해 반박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주의 지분을 줄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주주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자본시장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더욱 예탁원이 자회사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증권 거래를 완료하려면 예탁과 결제가 필수적인데, 예탁원이 독립적인 회사가 되면 업무 지시와 협조요청이 제대로 수용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실상은 감정싸움에 잇속 챙기기 얽혀 이들 기관의 싸움은 오래됐다.
지난 2003년 거래소가 가진 예탁원 지분을 50% 미만으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증권·선물시장 선진화 방안'이 발표되면서 이들 두 기관의 갈등은 시작돼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두 기관의 싸움이 이토록 오래 이어진 데는 감정싸움과 잇속 챙기기가 기본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선 거래소로서는 예탁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있다. 거래소는 올해에도 예탁원으로부터 90억원 정도의 배당금을 받는다. 꾸준한 수익원인 예탁원을 굳이 포기할이유가 없는 것이다.
예탁원의 업무 영역이 거래소를 능가할 만큼 넓어지고 조직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거래소로서는 이 기관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예탁원을 자회사로 보유한 것만으로도 거래소는 자본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것"이라고 풀이했다.
거래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예탁원은 처음부터 우리가 키운 자회사인데, 무작정 독립해 자기들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예탁원은 나름대로 거래소에 '쌓인 감정'이 많다.
예탁원 관계자는 "처음에 거래소로부터 분리됐을 때 직원 복지나 건물사용 등사소한 문제에서부터 거래소의 차별대우가 이어졌고, 한때는 임원자리에 '낙하산'인사를 보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거래소 지분을 줄이는 조건으로 2005년 코스닥시장 법인 청산기능까지 넘겨줬는데 거래소는 합의를 계속 무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예탁원이 거래소에 서운한 감정이 있다는 점은 금융감독 당국에서도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 기관의 한 관계자는 "2007년 자본시장통합법 마련 때 두 기관이 업무분담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의견충돌이 일어났던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 당분간 독립전쟁 이어질 듯 이를 지켜보는 금융투자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예탁원이나 거래소나 고객사에 고압적인 태도는 마찬가지인데 서로 이용자 편익과 자본시장 발전을 내세우는 것은 가식적인 변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예탁원의 독립으로 고객사에 대한 서비스가 개선된다면 환영이지만 기관의 입지만 높이려고 한다면 비판이 커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예탁원의 한 관계자는 "예탁원이나 거래소가 말하는 표면적 명분 뒤에 '밥그릇'싸움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독립 전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두 기관 사이의 지분 조정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금융위원회는 이 문제를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와 함께 논의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탁원의 지배구조 문제는 거래소의 기업공개(IPO)와 함께 언젠가는 논의될 문제"라며 "예탁원 지분 문제도 적절한 시점을 봐서 견해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ohyes@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