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다 가격"…저금리 속 회사채 투자기준 급변

입력 2013-04-25 05:58  

최근 들어 회사채 투자자들이 발행기관의 신용등급보다 채권가격을 중시해 투자를 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하면서 고금리 채권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발행기관의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투자 매력도가 높은 회사채로 수요가 집중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채권시장의 금리 변동성이 커지자, 수요예측 당시만 해도 수요가 전혀 없던 회사채가 며칠 만에 가격 메리트가 생겨 발행 후 이틀 만에 전량 소진되는일도 발생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수요예측 당시 참여한 기관 투자가가 한 곳도 없었던 3년 만기 2천억원 규모의 이마트[139480](AA+) 회사채가 발행된 지 이틀 만에 전량 매각됐다.

수요예측 때는 인기를 얻지 못했던 이마트 회사채의 수요가 발행 이후 급증한이유는 변덕스러운 국고채 금리 때문이다.

이마트 회사채의 수요예측이 실시되기 전 거래일이었던 지난 5일 기준으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2.44%였다.

그러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마트 회사채가 발행되기 전 거래일인 지난 12일연 2.67%까지 급등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 회사채의 발행금리도 수요예측 당시보다 훨씬 높아진 연 2.85%로 결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2천억원 규모의 이마트 회사채를 모두 떠안았던 인수 증권사 4곳이 회사채 발행 이틀 만에 기관 투자가들에 모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최근에는 크레디트 이슈보다 가격 이슈가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발행기관의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투자 매력도가 높을 경우, 수요예측때 우량등급보다 더 높은 경쟁률을 나타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주 수요예측을 실시한 저등급 기업 중 대성전기(BBB+)의 기관 투자가 경쟁률은 4.47:1을 나타냈다. 그밖에 A등급인 풍산[103140]과 국도화학[007690]의 경쟁률도 2∼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반대로 초우량 등급의 회사채임에도 미달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AA+ 등급의 삼성에버랜드의 경우, 지난 18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총 발행계획 금액인 3천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1천400억원 어치 물량이 미달됐다.

최고 등급(AAA)인 SK텔레콤[017670]도 7년물, 10년물, 20년물 등 총 3천600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하고 지난 16일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7년물 유효수요가 없어 7년물 발행을 취소한 바 있다.

최종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동일한 신용등급 안에서도 회사채 가격이 투자자들의 선택에 거의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투자자들이 신용등급을보고 선택했다면 이제는 가격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됐다"고 진단했다.

ykb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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