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로 일본 일부기업 가격인상 압박 현실화

입력 2013-05-13 10:21  

엔화 약세로 원자재·부품을 상당 부분 수입에의존하는 업체가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사례가 실제로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PC 제조사 후지쓰가 부품 수입가격의 상승에 따라 일본 내수용PC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가토 가즈히코 후지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도쿄에서 인터뷰를 통해 7월께 여름 출시 제품에 인상된 가격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판매 중인 제품군에 대한 가격 할인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시바도 지난 8일 PC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도시바는 지난 회계연도 실적을 발표하면서 엔저로 반도체 부문에서는 분명히혜택을 봤지만, TV와 컴퓨터 사업에는 부품 수입가 상승으로 악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엔화 약세가 일본 수출 기업에 대체로 호재로 작용하지만, 식품·소재·유통 등수입 원료에 의존하는 일부 업종에는 오히려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일본에서 엔저는 득실이 섞여 있다(mixed blessing)'는 제목으로 엔저가 일부 업종에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으며 수혜자로 꼽히는 수출 부문에서조차 득을 못 보는 기업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수출량이 많은 전자 업종은 흔히 엔저로 긍정적 효과를 볼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파나소닉이 카메라 사업의 부진으로 2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듯이, 수혜업종이라도 다른 당면 과제들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고 WSJ은 지적했다.

또 합성섬유 업체 도레이는 생산시설 상당 부분이 해외에 있어 엔저로부터 얻는이득이 제한된 데다 자국 내 생산의 경우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수입가 상승에 따른타격을 호소하고 있다.

유통·서비스 부문도 수입가 상승과 그에 따른 물가인상, 소비심리 저하를 우려한다.

오니시 히로시 이세탄 미쓰코시 회장은 백화점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다고 전면서도 "엔화가 약세를 지속하면 에너지 수입 비용의 상승으로 결국 소비자 구매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라증권은 달러당 1엔이 절하될 때마다 비금융 업체의 경상이익은 0.9%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기준으로 실적을 발표한 111개 업체의 다음 회계연도(2013.4∼2014.3) 이익 예상치는 노무라의 전망치보다 1.3% 낮아 기업 전망이 예상보다 보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방으로 갈수록,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수출량이 적고 물가의 영향이 큰 만큼 엔저에 대한 기대감이 낮다고 WSJ는 전했다.

야마나시현 고후(甲府)시 상공회의소가 지난 2월 조사한 결과, 현내 기업의 40%가 엔저를 부정적으로 여기고 20%만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heror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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