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권사들, IB 수요 기다리지 말고 창출 나서라"

입력 2013-06-04 05:54  

러셀 줄리어스 HSBC 아태지역 글로벌 뱅킹 대표 인터뷰

"한국 증권사들의 강점은 네트워크입니다. 국내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투자은행(IB) 업무 영역을 창출하십시오." 15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며 아시아시장을 토대로 성장해온 글로벌 IB HSBC가 이제 막 IB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국내 증권사들에 던지는 조언이다.

러셀 줄리어스 HSBC 아태지역 글로벌 뱅킹 대표는 4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 이후 IB 업무 준비에 한창인 국내 증권사들이 염두에 둬야 할 원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줄리어스 대표는 "한국 증권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에 서 있다"면서"강력한 국내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핵심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점에 집중하라는 조언은 HSBC의 성장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HSBC는 오랫동안 형성해온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 사이의 네트워크, 다양한 기업과 금융기관 고객 간의 관계를 IB 비즈니스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줄리어스 대표는 "가령 작년 아시아 고수익채권 부문에서 HSBC가 1등 주간사로선정됐는데, 지난해 채권 판매의 60%가량이 당행의 중소기업 고객들의 채권거래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HSBC의 금융 솔루션을 그룹 내 다른 글로벌 비즈니스 부문과 통합하고 고객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한 결과였다.

줄리어스 대표는 그동안 한국 증권사들이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에서 얻는 수익에만 크게 의존해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보다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가리지 않고 주식거래 중개(브로커리지)를 천편일률적 수익원으로 삼아왔다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수요를 기다리지 말고 과감히 먼저 만들어내라고 조언하면서,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시장을 예로 들었다.

줄리어스 대표는 "현재와 같은 저금리 환경은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유리한환경임에도 아직 한국 기업들의 M&A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바꿔 말하면 한국 증권사들이 자금조달이 수월한 여건을 활용해 국내 기업들에 먼저 다가가 좋은 M&A 및 투자기회를 모색해 줄 수도 있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M&A와 같은 '일회성 사업'은 기업금융이나 헤징(hedging) 전략 제공과같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정적인 수익원 확보와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병행해야 한다는 원칙은 지금의HSBC를 있게 한 중요한 성장전략이다.

줄리어스 대표는 "HSBC의 글로벌 뱅킹·마켓 사업부는 외환과 증권업무 같은 고정적 업무를 기반으로 하되, 그룹 내 다양한 비즈니스 간의 협업을 통해 M&A와 같은프로젝트성 업무에서도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장분석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달 HSBC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최고의 M&A 자문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줄리어스 대표는 IB가 고객들에게 방법을 넘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HSBC의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들에게 환 헤지, 자금관리 등 기본적 솔루션뿐만 아니라 인수합병, 자본조달처럼 전략적 변화를 포함한 종합적인 금융 전략을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줄리어스 대표는 "장기적으로 IB 업무가 성공하려면 맞춤형 투자 해법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가령 한국 증권사들은 초저금리 시대에 꾸준히 늘어가는 노년층 자산에 대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ykb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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