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섭 맥쿼리 대표 "양적완화 조기축소 가능성 없다"

입력 2013-06-17 05:49  

"단기적 미국 증시…장기적 신흥국 내수 부문 유망"

"미국 경제의 회복세에 따라 장기 금리가 오르는 정상화 과정에서 양적완화 조기 축소 우려 등으로 인해 시장이 다소 과도하게 반응한 것입니다." 임태섭 맥쿼리증권 한국 대표는 1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올해 말∼내년 초 시작될 수 있으며 그보다 일찍 시행될 가능성은 없다"며 조기 축소 우려를 일축했다.

임 대표는 향후 세계 증시 전망에 대해 "장기금리 상승이 미국 등의 성장 전망회복 때문이라면 앞으로도 주식이 가장 좋은 투자처일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럽게낙관했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미국 등 선진국 증시가, 장기적으로는 신흥국 증시의 내수부문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과열 분위기였던 다른 신흥국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사정이 낫다"며 투자자들은 금융주나 내수주에 주목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임 대표는 골드만삭스 한국 공동대표 겸 리서치센터장을 오랫동안 지낸 유명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한국 공동대표 등을 거쳐 지난 2월부터맥쿼리증권 한국 대표를 맡고 있다.

다음은 임 대표와의 일문일답.

-- 최근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원인과 성격은.

▲ 최근 시장 움직임의 발단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다. 상승폭은 크지 않았으나 속도가 너무 빨랐다.

하지만, 지난 2∼4월의 하락을 제외하면 실은 작년부터 전반적 상승세다.

미국 경기 전망은 점진적 성장이다. 기초여건이 좋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장기 금리 상승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반면 단기금리는 정책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상당기간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앞으로 장단기 금리차가 벌어지는 정상화 과정을 밟을 것 같다.

--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다. 어떻게 보나.

▲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를 보면 올해 말∼내년 초부터 축소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서는 2·3분기보다는 이후가 될 것이다. 정책금리 인하는 내년 말이지나야 가능할 것이다.

시장은 조기 양적완화 축소를 우려하고 있으나, 실업률을 보면 가능성이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실업률 등이 일정 수치가 되면 축소한다고 그간 이미 밝혀왔다. 이런 기본 입장이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재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히면변동성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최근 시장의 움직임은 조금 과도했다.

-- 특히 신흥시장 상황이 나쁘다. 일본 경제도 삐걱거리고 있다.

▲ 미국 금리 상승이 신흥시장에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선진국과 신흥국의 금리 차이가 너무 작았다.

신흥국의 위험도 가산금리(리스크 프리미엄)가 너무 낮았는데 장단기 금리차가정상화되면서 이 역시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처럼 물가가 오르고 과열 분위기인 곳은 이제 문제가 많이 생겼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가면서 현지 통화가 평가절하되는 등 외환·채권시장이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실물 회복 없이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만으로 시장이 움직인 것이문제이다.

시장이 양적완화 정책의 지속성을 신뢰하는지가 관건이다. 양적완화 정책 기조가 유지·강화되면 시장이 다시 제 방향을 찾아갈 것으로 본다.

-- 그러면 향후 세계 시장 전망은.

▲ 성장 전망이 좋아져서 금리가 오른다고 보면 앞으로도 주식이 가장 좋은 투자처일 가능성이 크다. 증시의 최대 요인은 성장 전망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미국 등 선진국 증시가 다른 곳보다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잠재성장률이 낮아진 반면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률이 미국보다 높아서 유망하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보면 안 된다.

신흥국은 여러 요인이 있다. 금리 상승이 기본적으로 신흥국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처럼 경기가 과열된 나라 외에는 내수 경기를 진작할 여지가많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 신흥국의 해외 수요도 살아난다.

우려할 점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부채를 줄인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은 부채가많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 점이 각국별 경제 신뢰성·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각국 정부의정책적 대응이 중요하다. 각국별 경제 상황과 정책에 따라서 증시의 상승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중국은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으므로 내수 관련부문이 괜찮을 것 같다.

브라질의 인프라·유틸리티(수도·전기·가스 등) 부문도 괜찮아 보인다고들 한다.

어느 나라인지도 중요하지만 어느 부문인지도 중요하다.

-- 한국은 어떤가.

▲ 과열 분위기였던 다른 신흥국들보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사정이 나은 것 같다.

최근 세계 투자자들이 과열된 동남아 시장의 투자를 줄이고 한국·중국·대만등 동북아 시장을 신중하게 분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금리 상승으로 인해 달러 강세가 시작될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원화는 점진적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며, 엔화에 대해 급격히 강세를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려면 지금이 낫다.

한국 장기금리도 이미 상승 기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장단기 금리차가 커지면 투자 대상으로는 보험사 등 금융 부문이 괜찮을 것 같다. 중국 수요 회복이 아직 안 보이므로 내수주에 중심을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 일본 아베노믹스의 앞날은 어떻게 보나.

▲ 일본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기업의 과다한 유보금이다. 일본 기업 대부분이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서 못 벗어나 투자가 안 늘고 있다.

이를 선순환 구조로 바꾸려면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책적 뒷받침이 빨리 뒤따르지 않으면 재정 문제, 비용상승 인플레이션 등 상당한 위험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세입을 늘리고 세출을 줄여 정부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하나 경제 성장을낮추지 않으면서 이렇게 하기는 정말 어렵다. 단기적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일본 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예전보다 훨씬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쳤는데이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jh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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