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턴 자금 이탈하면 한국 채권시장에 '충격파'"

입력 2013-08-22 05:52  

템플턴, 보유 채권 28조 넘어…채권투자 쏠림 심각

아시아 신흥국 시장의 외국계 자금 이탈 우려가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단일 특정 외국계 투자회사의 과도한 투자 쏠림이 근심거리로 떠올랐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이하 템플턴)의 원화채권 보유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행 이후 템플턴의 펀드 운용전략이 변경되면한국 채권시장이 쉽게 요동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와 NH농협증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템플턴이 보유한 원화채권 규모는 총 28조1천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통화안정증권(통안채)과 국고채를 각각 19조원, 9조2천억원어치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템플턴이 가장 최근에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NH농협증권이 원화채권에투자하는 주요 템플턴 펀드 7개의 원화채권 보유잔액을 계산한 결과다. 템플턴의 원화채권 보유규모가 이처럼 구체적으로 산출된 경우는 처음이어서 눈길을 끈다.

전체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액이 약 101조2천억원임을 고려할 때 외국인 보유 원화채권 중 27.8%를 템플턴이라는 단일 투자자가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특정 채권 종목의 전체 상장잔액 중 절반가량을 템플턴 혼자 보유한 경우도 있다.

지난 2010년에 발행돼 올해 12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국고 10-6호'는 전체 상장잔액 대비 템플턴의 보유 비중이 47.5%에 달했다.

작년에 발행돼 오는 2015년 12월이 만기인 '국고 12-6'의 총 상장잔액 대비 템플턴의 보유 비중도 26.3%로 높은 편이다.

채권 전문가들은 단일 펀드로 원화채권 투자가 지나치게 편중되면서 국내 채권시장이 외국계 자금이탈 리스크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동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아직 템플턴 펀드의 자금이탈 조짐이 보이지는 않지만 특정 펀드의 투자집중 현상으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현실화될 경우 시장 충격은 더욱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우려는 금융당국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다.

앞서 공개된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는 "특정외국계 투자회사의 국내 채권투자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 향후 심각한 문제 발생의소지가 있으므로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템플턴은 환율 방향에 배팅하는 투자성향을 지녔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 출구전략이 시행돼 달러 대비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국내 채권시장에서 템플턴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템플턴은 원화 강세를 기대하며 원화채권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템플턴의 운용 방향이 변경되면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ykb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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