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특정금전신탁 수탁고 104조원에 육박

입력 2013-10-09 04:03  

공격적 영업 덕분에 2년6개월간 60% 이상 증가

동양그룹 사태에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양산한 주범으로 지목된 증권사 특정금전신탁의 수탁고가 10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증권사 특정금전신탁 수탁고의 상당수가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등 주로 단기채권 상품에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금융당국의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증권사의 특정금전신탁 수탁고(퇴직연금신탁 제외)는 모두 103조6천23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의 95조6천126억원에 비해 8.4% 늘어났고, 재작년 말 64조4천869억원에 비해서는 60.7%나 증가한 것이다.

특정금전신탁은 고객이 재산의 운용 방법을 지정하고 신탁회사는 이에 따라 재산을 운용하는 상품으로 증권사에서는 2005년부터 신탁 자금을 유치했다.

투자자는 특정 CP, 회사채, 주식 등을 사달라고 지정하면서 직접 자산운용에 간여할 수 있어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로 분류된다.

증권사 외에 은행과 보험도 특정금전신탁을 다루고 있지만 총 수탁고가 각각 64조4천423억원, 7천371억원으로 규모 면에서는 증권사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 103조6천억원에 이르는 증권사 수탁고에서 CP, 회사채, 주식, 예금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액수는 90조6천637억원으로 비중 면에서 압도적이다.

수시입출금신탁(MMT)은 12조1천738억원이었고, 기업들의 자사주 신탁이 5천945억원, 자문형 신탁이 1천911억원을 차지했다.

은행의 경우 MMT가 36조7천783억원이고, CP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액수는 29조7천737억원으로 증권사에 비해 MMT의 비중이 훨씬 높았다.

업계에서는 증권사의 특정금전신탁 수탁고가 2년 반 사이에 60% 이상 늘어난 것은 증권사의 적극적인 영업과 단기운용 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합쳐진 결과로보고 있다.

은행예금 금리가 3%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금융투자 수익률을 높이려는 투자자들이 많았고, 증권사들은 개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CP와 회사채 투자를 내세우며 신탁 가입을 권유해왔다.

증권사들은 규모가 큰 CP나 회사채를 여러 명의 특정금전신탁 계좌로 분할 편입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모을 수 있었다.

CP의 경우 원칙적으로 '쪼개팔기'가 금지되지만, 특정금전신탁 내에서는 증권사가 CP를 통째로 소유하고 투자자는 수익권만 갖는 형태로 사실상의 분할판매가 가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으로 증권사, 은행, 보험사의 전체 특정금전신탁 수탁고의 50.1%는 CP 등 채권에 투자됐고, 은행과 보험사를 빼면 증권사의 채권투자 비중은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 사태로 증권사의 CP, 회사채 쪼개팔기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특정금전신탁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양증권은 부실 계열사인 동양레저가 발행한 CP를 분할 판매하는 등 동양그룹계열사의 회사채와 CP를 개인투자자 4만9천561명에게 판매했고, 향후 투자자들이 큰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향후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특정금전신탁의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CP나 회사채를 매입하면 중도해지가 어렵도록 규제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withwit@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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