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릴레이 인터뷰> 구재상 케이클라비스투자 대표

입력 2014-01-08 04:00  

"올해 코스피 지수 2,200∼2,300까지 오를 수 있다""상반기엔 은행, 유통, 음식료 등 내수주 주목하라"수출주 투자할 때는 하반기에 환율 방향성 따져봐야

대화 중에는 상대방의 눈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열성을 다해 답변하다가도 한 번씩은 두 손을 모으고 생각을 가다듬었다. 짧은 대화 속에서도 집중력과 신중함이 엿보였다.

8일 '미스터 펀드맨' 구재상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를 만났다. 미래에셋의펀드 성공 신화를 만들어낸 주인공 가운데 한 사람인 구 대표는 한때 90조원 이상을주무르며 국내 투자자들에게 펀드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주역이다.

누구라도 그를 만나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요즘 어떤 종목이 좋아요?"일 정도로 그는 국내 주식운용의 달인으로 불렸다. 그런 그가 2012년 11월 미래에셋을 떠나 지난해 6월 투자자문사를 설립하고 독립을 선언했다.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의 수익률은 괜찮은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문형랩누적 수익률은 15.56%, 일임형 누적 수익률은 19.06%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을 각각 5.30%포인트, 15.00%포인트 웃도는 수준이다.

미래에셋 창업 공신 중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이 강했던 구 대표는 그래도 겸허하게 말을 이어갔다. 구 대표는 "큰돈으로 운용하다가 작게 하려니…. 좀 더 일찍창업했다면 좋았으리라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창업에 대한 설렘과 함께 불안감도 묻어났다. 구 대표는"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므로 초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하면,잘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새해 첫 거래일부터 코스피가 곤두박질 치면서 여의도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무거웠지만 구 대표의 표정은 되려 침착했다.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직업인데 장이빠지면 아무래도 안 좋죠. 아마 여의도 주식 운용하시는 분 중 잠 못 잔 분들 많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도 찾아보면 기회는 있습니다." ◇ "상반기엔 내수주에 주목" 어느 업종에서 기회를 찾아야 할지를 묻자 구 대표는 내수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연말연시에 수많은 증권사가 글로벌 경기회복세를 고려해 경기민감주를 유망 종목으로 내세웠던 것과는 대조적이어서 눈길이 갔다.

구 대표는 "올해는 수출주와 내수주 사이에서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한다. 지난 몇 년간 한국 경제가 수출 위주로 성장했는데 이는 오히려 내수 쪽의 성장 잠재력이 더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정책 목표로 내세운 만큼 은행, 유통, 음식료와 같은 내수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중국 관련 성장성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효과적이라는 조언이다.

수출주에 투자할 때는 환율의 방향성부터 따져봐야 한다.

그는 "올해 상반기에는 내수주에 투자하는 것이 편안하겠고 하반기 들어 수출주에 투자할지는 엔화 약세가 추가로 진행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통 환율 리스크가 부각되면 전기전자(IT)와 자동차 업종의 투자심리가 큰 타격을 받지만 구 대표는 "엔화 약세가 눈에 보이는 업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계나 건설업종이라도 일본 업체와 경쟁하는 국내 기업이라면 엔저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해 출발이 매끄럽지 않은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구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보고 좋을 때에도 뒤를 돌아봐야 한다며 역발상을 강조했다.

한국 증시는 수출 제조업 기반과 내수 성장 잠재력을 갖추고 있어 여러 불안요인을 지닌 다른 신흥국보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구 대표는 "작년 연말에 쉬었던 매도 물량이 연초에 나오는 것 같다"며 "1월에증시가 당장 좋아지기는 어렵겠지만, 올해 전체로 봤을 때는 코스피가 2,200∼2,3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헤지펀드 운용·운용사 인수 기대 구 대표의 집중력과 신중함은 사업 계획에서도 드러났다. 목표는 분명했지만,실행에 옮기는 데는 신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라이센스의 문제가 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싶고운용사 인수 기회가 있다면 이 또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인연이 있어야 가능한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구 대표는 올해 당장은 상품의 판매망을 넓히고 수탁고를 늘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현재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의 수탁고는 자문형랩(3천100억원)과 일임형(2천300억원)을 합쳐 총 5천400억원 수준이다.

한때 90조원을 굴렸던 '미스터 펀드맨'이지만 고객의 돈을 운용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고 구 대표는 털어놨다.

"고객 돈을 받아 운용할 때 성과가 잘 나오면 좋지만 나쁘면 아픔을 주는 것 아닌가요. 최대한 실수를 줄여 안정적인 성과를 내도록 마음가짐을 단단히 해야 합니다. 우리 업이 그래서 어려운 것이죠." ykb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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