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연봉 고객수익률과 연동한다"…증권업계 최초"로스차일드와 협력해 IB부문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끝 모를 침체다. 실물경기의 회복세가 뚜렷해지며 올해 한국경제가 4% 성장을 바라본다지만 증권업계엔 냉기만 더해지는 모습이다.
갑오년 힘찬 출발에 대한 기대도 새해 첫날부터 무너져내렸다.
개인 투자자만큼이나 증권사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업계는 어디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을까. 지난 17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김석(60) 삼성증권 사장을 만나 해법을 들었다.
◇ 고객중심경영 선언…"대박보다는 고객수익률 차곡차곡" 김 사장은 뼛속까지 금융인이다.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에서 출발해 증권,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을 섭렵한 이력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그가 자신 있게 꺼낸 화두는 '상품개발'보다는 '고객'이었다.
고객 수익률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한다. 그는 "상품을 팔고 시장이 변했는데 즉각 대응하지 않고 어, 어 하다가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에서의 성공 DNA도 강조했다. 그는 "제조업의 DNA가 애프터서비스(AS)가 필요없는 상품을 만드는데 있다면 금융의 DNA는 즉각적이고 끊임없는 AS로 고객 수익률을 관리해나가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어제의 효자상품이 오늘은 불효자가 될 정도로 극심한 변동성이 업종 특성인 만큼 변화에 대응한 투자전략으로 고객 수익률을 관리하는 것은 금융사의 의무라는 것이다.
삼성증권의 노하우와 자신감에 도전정신과 열정을 더한다면 삼성전자와 추신수못지않은 성공 DNA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그는 자신했다.
하지만 고객 중심이란 화두는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누구나 쉽게 하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입에 붙은 소리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수도 있다.
그래서 삼성증권의 고객중심경영은 다른 곳과 어떻게 다른지 물었다.
그의 답은 언행일치에 있었다. '말로만' 고객을 부르짖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직원 평가보상제도의 틀을 고객수익률에 연동하는 쪽으로 바꾸는 파격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업계에선 처음이라고 한다.
그는 "평가보상을 고객 수익률에 연동할 것이다. 고객 수익률이 나쁘면 연봉이깎인다. 진짜 힘든 일이다. 그러나 확실히 지킬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선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연한 의지가 엿보일 정도였다.
고객중심 상품추천제도 도입했다. 이에 맞춰 추천상품의 수익률이 벤치마크보다나쁘면 추천 조직의 성과평가에도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다만, 고객 수익률에 치중하다 보면 회사 수익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회사 이익을 좇고자 회전율을 높여 수수료 수입을 올리던 업계 관행에 비춰보면진정한 고객 중심은 모험에 가까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보완할 복안도 있었다. 그는 "고객수익률과 함께 활동자산, 즉 신규 자산유치를 평가항목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수익률이 좋고 관리를 잘해준다는 입소문이나면 자연스럽게 신규자산도 느는 선순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임기 내에 실적을 보여야 하는, 그리고 주인 없는 회사라면 지속성을 띠기 어렵겠지만, 삼성증권은 후임 최고경영자가와도 삼성의 문화를 이어받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거버넌스의 힘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박 내주는 증권사는 우리가 원하는 이미지가 아니다. 목표수익률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고 리스크 관리를 잘해주며 작은 수익을 차곡차곡 쌓아서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는 그런 증권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단호했다.
그도 야구광이지만 야구로 치면 홈런 한 방으로 끝내는 '빅 볼'보다 '스몰 볼'에 가까워 보인다.
◇ IB 신규사업에 역점…"로스차일드와 협력관계 활용" 지난해 금융당국은 삼성증권을 포함해 국내 5대 증권사를 한국형 투자은행(IB)로 지정했다. 그러나 세계무대에 터줏대감들이 즐비한 IB 분야에서 우린 아직 걸음마 단계다. 내수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던 국내 금융업계의 성장과정에 비춰보면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IB에 필수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도 약하다.
그는 "국내 증권사는 글로벌 IB에 비해 트랙 레코드(실적) 부족으로 해외투자사모펀드(PEF)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이내 밝아졌다. IB 업무를 오히려 기회로 여기는 듯했다. 2005년부터 다년간 IB사업본부장을 맡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또 삼성증권엔 과거 홍콩에 진출했다가 수업료를 치른 경험도 약이 될 수 있다.
그는 "몸집을 작게 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IB 업무를 담당하던 시절에 직접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은 로스차일드 얘기를 꺼냈다. 그는 "로스차일드는 유럽에서 강점이 있다. 이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증권이 로스차일드와 일궈낸 굵직한 인수·합병(M&A)은 한둘이 아니다. 2011년 인도 마힌드라의 쌍용차 인수자문이 대표적이다. 동서발전의 자메이카 발전소 인수나 한라비스티온의 글로벌 공조사업부문 매각 자문 때도 함께 뛰었다.
그는 과거 IB업무에서 규제 때문에 '돈 되는' 인수금융을 못한 채 자문과 주선업무에 그쳐야 했던 한계에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젠 M&A 인수금융도 가능해졌다.
그래서 올해 신규 사업으로 구조화 금융과 M&A 인수금융 같은 기업신용공여 업무는 물론 프로젝트 PEF도 추진한다. 기업이 이미 갖고 있거나 새로 매입할 예정인자원, 인프라 등 해외자산의 유동화 프로젝트 PEF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내심 금융당국에 거는 기대도 있는 것 같았다.
예컨대 수출입은행 같은 정책금융기관과 공기업의 해외 투자 때 국내 증권사가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M&A는 물론이고 해외투자 PEF 영업에 대한 경험을 쌓기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아울러 해외투자 전용 PEF에 대해선 순기능을 고려해 동일계열 금융사의 지분출자한도 폐지 같은 규제완화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김 사장은 원래 왼손잡이였다고 했다. 글씨는 오른손으로 쓰지만 야구할 때는우투좌타다. 그런 그가 고객 중심 경영을 선언하고 다른 한편에선 글로벌 IB 업무를본격화하겠다고 했다. 올해 연말 그의 두 손에 어떤 성적표가 쥐어질지 궁금하다.
princ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끝 모를 침체다. 실물경기의 회복세가 뚜렷해지며 올해 한국경제가 4% 성장을 바라본다지만 증권업계엔 냉기만 더해지는 모습이다.
갑오년 힘찬 출발에 대한 기대도 새해 첫날부터 무너져내렸다.
개인 투자자만큼이나 증권사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업계는 어디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을까. 지난 17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김석(60) 삼성증권 사장을 만나 해법을 들었다.
◇ 고객중심경영 선언…"대박보다는 고객수익률 차곡차곡" 김 사장은 뼛속까지 금융인이다.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에서 출발해 증권,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을 섭렵한 이력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그가 자신 있게 꺼낸 화두는 '상품개발'보다는 '고객'이었다.
고객 수익률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한다. 그는 "상품을 팔고 시장이 변했는데 즉각 대응하지 않고 어, 어 하다가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에서의 성공 DNA도 강조했다. 그는 "제조업의 DNA가 애프터서비스(AS)가 필요없는 상품을 만드는데 있다면 금융의 DNA는 즉각적이고 끊임없는 AS로 고객 수익률을 관리해나가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어제의 효자상품이 오늘은 불효자가 될 정도로 극심한 변동성이 업종 특성인 만큼 변화에 대응한 투자전략으로 고객 수익률을 관리하는 것은 금융사의 의무라는 것이다.
삼성증권의 노하우와 자신감에 도전정신과 열정을 더한다면 삼성전자와 추신수못지않은 성공 DNA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그는 자신했다.
하지만 고객 중심이란 화두는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누구나 쉽게 하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입에 붙은 소리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수도 있다.
그래서 삼성증권의 고객중심경영은 다른 곳과 어떻게 다른지 물었다.
그의 답은 언행일치에 있었다. '말로만' 고객을 부르짖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직원 평가보상제도의 틀을 고객수익률에 연동하는 쪽으로 바꾸는 파격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업계에선 처음이라고 한다.
그는 "평가보상을 고객 수익률에 연동할 것이다. 고객 수익률이 나쁘면 연봉이깎인다. 진짜 힘든 일이다. 그러나 확실히 지킬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선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연한 의지가 엿보일 정도였다.
고객중심 상품추천제도 도입했다. 이에 맞춰 추천상품의 수익률이 벤치마크보다나쁘면 추천 조직의 성과평가에도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다만, 고객 수익률에 치중하다 보면 회사 수익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회사 이익을 좇고자 회전율을 높여 수수료 수입을 올리던 업계 관행에 비춰보면진정한 고객 중심은 모험에 가까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보완할 복안도 있었다. 그는 "고객수익률과 함께 활동자산, 즉 신규 자산유치를 평가항목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수익률이 좋고 관리를 잘해준다는 입소문이나면 자연스럽게 신규자산도 느는 선순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임기 내에 실적을 보여야 하는, 그리고 주인 없는 회사라면 지속성을 띠기 어렵겠지만, 삼성증권은 후임 최고경영자가와도 삼성의 문화를 이어받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거버넌스의 힘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박 내주는 증권사는 우리가 원하는 이미지가 아니다. 목표수익률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고 리스크 관리를 잘해주며 작은 수익을 차곡차곡 쌓아서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는 그런 증권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단호했다.
그도 야구광이지만 야구로 치면 홈런 한 방으로 끝내는 '빅 볼'보다 '스몰 볼'에 가까워 보인다.
◇ IB 신규사업에 역점…"로스차일드와 협력관계 활용" 지난해 금융당국은 삼성증권을 포함해 국내 5대 증권사를 한국형 투자은행(IB)로 지정했다. 그러나 세계무대에 터줏대감들이 즐비한 IB 분야에서 우린 아직 걸음마 단계다. 내수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던 국내 금융업계의 성장과정에 비춰보면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IB에 필수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도 약하다.
그는 "국내 증권사는 글로벌 IB에 비해 트랙 레코드(실적) 부족으로 해외투자사모펀드(PEF)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이내 밝아졌다. IB 업무를 오히려 기회로 여기는 듯했다. 2005년부터 다년간 IB사업본부장을 맡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또 삼성증권엔 과거 홍콩에 진출했다가 수업료를 치른 경험도 약이 될 수 있다.
그는 "몸집을 작게 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IB 업무를 담당하던 시절에 직접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은 로스차일드 얘기를 꺼냈다. 그는 "로스차일드는 유럽에서 강점이 있다. 이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증권이 로스차일드와 일궈낸 굵직한 인수·합병(M&A)은 한둘이 아니다. 2011년 인도 마힌드라의 쌍용차 인수자문이 대표적이다. 동서발전의 자메이카 발전소 인수나 한라비스티온의 글로벌 공조사업부문 매각 자문 때도 함께 뛰었다.
그는 과거 IB업무에서 규제 때문에 '돈 되는' 인수금융을 못한 채 자문과 주선업무에 그쳐야 했던 한계에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젠 M&A 인수금융도 가능해졌다.
그래서 올해 신규 사업으로 구조화 금융과 M&A 인수금융 같은 기업신용공여 업무는 물론 프로젝트 PEF도 추진한다. 기업이 이미 갖고 있거나 새로 매입할 예정인자원, 인프라 등 해외자산의 유동화 프로젝트 PEF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내심 금융당국에 거는 기대도 있는 것 같았다.
예컨대 수출입은행 같은 정책금융기관과 공기업의 해외 투자 때 국내 증권사가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M&A는 물론이고 해외투자 PEF 영업에 대한 경험을 쌓기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아울러 해외투자 전용 PEF에 대해선 순기능을 고려해 동일계열 금융사의 지분출자한도 폐지 같은 규제완화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김 사장은 원래 왼손잡이였다고 했다. 글씨는 오른손으로 쓰지만 야구할 때는우투좌타다. 그런 그가 고객 중심 경영을 선언하고 다른 한편에선 글로벌 IB 업무를본격화하겠다고 했다. 올해 연말 그의 두 손에 어떤 성적표가 쥐어질지 궁금하다.
princ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