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절기상으로도 우수를 지났고 낮기온도 영상 10도를 훌쩍 넘어섰으니 그렇다. 하지만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체감온도는 아직 영하다. 단지 수은주로만 봄을 마주할 뿐이다.
한국 자본시장의 심장 격인 한국거래소를 이끄는 최경수 이사장을 만난 24일 날씨도 그랬다. 거래소 신관 20층에서 내다본 여의도 풍경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강 건너 마포가 보일락 말락 미세먼지까지 가득했다.
얼어붙은 마음은 쉽게 풀리지 않고, 눈을 크게 떠도 앞이 잘 뵈지 않는 요즘 증권가와 다를 바 없었다. 최 이사장도 답답해 했다.
◇ "갈수록 증시 살아날 것"…구조적 부진 우려도 첫 질문으로 주식시장 상황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코스피는 2011년 5월 역대최고점인 2,228을 찍은 이후 몇 년째 맥을 못 추고 있다. 우리에 갇힌 황소 같다.
최 이사장은 "여러 변수가 작용해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게 시장가격이지만 우리증시는 여러 지표에 비춰 저평가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당 순이익, 주당 순자산 지표가 세계 증시에서 최저 수준이고 경상수지와 외화보유액은 최고 수준인데도 주가는 싸다는 것이다.
그는 "고도성장기와는 달리 지금은 저성장에 물가도 안정세"라며 "고령화로 젊은 층은 소득 부족으로 투자 여력이 없고 고령층은 안전지향적 투자성향을 보이고있다"고 우려했다. 사회 변화에 따른 구조적 부진을 우려하는 속내도 내비친 것이다. 250%나 되던 주식회전율이 120%까지 뚝 떨어졌을 정도다.
세계에서 수위를 다투던 파생상품시장도 움츠러들었다. 그는 "변동성이 적고 규제가 많다 보니 일본, 중국, 홍콩 쪽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게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그래도 희망을 감추진 못했다. 그는 "기업실적과 선진국 경기가 좋아지면 투자심리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딱 꼬집어 언제쯤 좋아질 것이란 확답을 내놓진 못했다. 다만, 1분기보다는 2분기가, 그보다는 하반기엔 더 괜찮아질 것이라고봤다. 막연한 구석이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과 궤를 같이한다.
◇ 상반기 단주거래 전면 시행…시간외 거래제도도 개선 바닥을 딛고 박스권을 탈출할 묘안은 없을까. 앞서 거래소는 거래시간 연장을포함한 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중 "작은 것부터, 합의되는 것부터차근차근 실천해 나가겠다"는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시간표도 구체화돼 간다.
상반기 중에는 우선 시간외 거래제도를 손본다. 현행 20분(오후 3시 10~30분)인시간외 종가거래 시간을 50분(오후 3시10분~4시)으로 연장하고 체결주기를 30분에서5~10분으로 단축하는 게 핵심이다. 코스닥처럼 유가증권시장에서도 가격에 관계없이한 주씩 거래할 수 있도록 6월까지 단주거래제도를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최 이사장은 정규 거래시간 연장 문제와 관련, 당국·업계·언론과 합의 위에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복안은 마감을 오후 4시까지로 한 시간 늦추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욕심"이라고도 했지만 당위성도 강조했다.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대만, 서울까지 시장을 축으로 연결해 자금을 유치하고 묶어두려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파생시장에선 위탁증거금률을 내리고 변동성지수선물, 초장기국채선물 도입을연내에 추진해 상품을 다양화한다. 상장 유치는 기본이다. 올해 유치 목표는 유가증권시장 30곳, 코스닥 70곳, 코넥스 100곳 등 200곳이다. 그 스스로도 쉽지 않은 목표로 여기는 듯했다. 하지만 목표를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엔 힘이 느껴졌다. 무의식중에 각오가 새나온 모양이다.
◇ 파생규제 3차례 걸쳐 푼다…"거래세 대신 소득세는 찬성" 최 이사장은 사실상 고사(故死) 상태인 파생상품 시장을 살리고자 올해 세 차례에 걸쳐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에는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세계 기준대로 소득 과세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말했다.
업계에선 파생상품에 대해 거래세든, 양도소득세든 세금을 매길 경우 가뜩이나어려운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는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에 "물론 그렇게 치면 과세 안 하는 게 최고"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소득세 부과에 찬성한다는 이율배반적 입장을 내놓은 것은 세수를 확보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였다.
다만 파생상품 거래세에 대해선 도입돼선 안 될 제도라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파생시장은 거래세를 매기면 직격탄을 맞는다"면서 "소득과세가거래세보다는 충격 효과가 적다"고 말했다.
정부는 파생상품에 0.0001%의 거래세를 부과하는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국회에제출한 상태다. 최 이사장의 입장은 거래세보다는 소득세가 업계에 미치는 충격이덜하다는 국회의 입장과 궤를 같이했다.
그는 "거래세는 유예했으면 좋겠고, 정 해야 한다면 낮은 세율로 소득과세를 해나가되 시행시기는 2016~2017년 등 시장 활성화 이후로 했으면 한다"면서 "소득세에(여건에 따라 최대 30%까지 인상·인하가 가능한) 탄력세를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민영화·IPO 계속 추진…수익다변화 노력도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지정 유지 결정으로 무산된 거래소의 민영화와 기업공개(IPO)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선진국은 과감하게 민영화로 가고 있고 거래소 산업을 하나의 금융산업으로 키워나가고 있다"며 "우리도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해외 거래소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유동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방만경영 중점관리대상기관 중 하나란 '낙인'을 지워내는것이 선결조건이다. 이미 한국거래소는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올해 예산을 작년도대비 30% 이상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고임금으로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거래소가 사상 최악의 불황을 맞은증권업계와 고통을 분담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업계는 성과급이 있지만, 우리는 (거래부진으로 인한 경영평가 악화로) 성과급이 사실상 없다"고만 답했다.
최 이사장은 "증시 거래금액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성과평가지표로 들어가 있다"면서 "현재는 거래소 수익의 75%가 거래금액에 연동돼 있지만,앞으로는 정보화 사업, 상장유치 활성화 등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3일부터 개시되는 장외파생상품 청산서비스에 대해서도 "의무 시행시점인 6월부터는 수수료를 받기 시작할 것이며, 2~3년 정도가 지나면 제대로 수입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빈발했던 전산사고와 역시 내달초 도입되는 차세대 매매체결시스템 '엑스추어플러스'(EXTURE+)의 안정성에 대한 질문에는 "IT가 100% 완벽성을 보장할 수는없는 만큼 매일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쳤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취임 약 5개월째를 맞는 최 이사장의 마음은 썩 편해 보이지 않았다. 맥빠진 주식시장 탓도 있으려니와 현안도 쌓여 있기에 그럴 법하다. 최근엔 독감까지 앓았다고 한다.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주식시장 되살아날 수 있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prince@yna.co.kr yuni@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한국 자본시장의 심장 격인 한국거래소를 이끄는 최경수 이사장을 만난 24일 날씨도 그랬다. 거래소 신관 20층에서 내다본 여의도 풍경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강 건너 마포가 보일락 말락 미세먼지까지 가득했다.
얼어붙은 마음은 쉽게 풀리지 않고, 눈을 크게 떠도 앞이 잘 뵈지 않는 요즘 증권가와 다를 바 없었다. 최 이사장도 답답해 했다.
◇ "갈수록 증시 살아날 것"…구조적 부진 우려도 첫 질문으로 주식시장 상황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코스피는 2011년 5월 역대최고점인 2,228을 찍은 이후 몇 년째 맥을 못 추고 있다. 우리에 갇힌 황소 같다.
최 이사장은 "여러 변수가 작용해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게 시장가격이지만 우리증시는 여러 지표에 비춰 저평가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당 순이익, 주당 순자산 지표가 세계 증시에서 최저 수준이고 경상수지와 외화보유액은 최고 수준인데도 주가는 싸다는 것이다.
그는 "고도성장기와는 달리 지금은 저성장에 물가도 안정세"라며 "고령화로 젊은 층은 소득 부족으로 투자 여력이 없고 고령층은 안전지향적 투자성향을 보이고있다"고 우려했다. 사회 변화에 따른 구조적 부진을 우려하는 속내도 내비친 것이다. 250%나 되던 주식회전율이 120%까지 뚝 떨어졌을 정도다.
세계에서 수위를 다투던 파생상품시장도 움츠러들었다. 그는 "변동성이 적고 규제가 많다 보니 일본, 중국, 홍콩 쪽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게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그래도 희망을 감추진 못했다. 그는 "기업실적과 선진국 경기가 좋아지면 투자심리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딱 꼬집어 언제쯤 좋아질 것이란 확답을 내놓진 못했다. 다만, 1분기보다는 2분기가, 그보다는 하반기엔 더 괜찮아질 것이라고봤다. 막연한 구석이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과 궤를 같이한다.
◇ 상반기 단주거래 전면 시행…시간외 거래제도도 개선 바닥을 딛고 박스권을 탈출할 묘안은 없을까. 앞서 거래소는 거래시간 연장을포함한 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중 "작은 것부터, 합의되는 것부터차근차근 실천해 나가겠다"는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시간표도 구체화돼 간다.
상반기 중에는 우선 시간외 거래제도를 손본다. 현행 20분(오후 3시 10~30분)인시간외 종가거래 시간을 50분(오후 3시10분~4시)으로 연장하고 체결주기를 30분에서5~10분으로 단축하는 게 핵심이다. 코스닥처럼 유가증권시장에서도 가격에 관계없이한 주씩 거래할 수 있도록 6월까지 단주거래제도를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최 이사장은 정규 거래시간 연장 문제와 관련, 당국·업계·언론과 합의 위에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복안은 마감을 오후 4시까지로 한 시간 늦추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욕심"이라고도 했지만 당위성도 강조했다.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대만, 서울까지 시장을 축으로 연결해 자금을 유치하고 묶어두려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파생시장에선 위탁증거금률을 내리고 변동성지수선물, 초장기국채선물 도입을연내에 추진해 상품을 다양화한다. 상장 유치는 기본이다. 올해 유치 목표는 유가증권시장 30곳, 코스닥 70곳, 코넥스 100곳 등 200곳이다. 그 스스로도 쉽지 않은 목표로 여기는 듯했다. 하지만 목표를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엔 힘이 느껴졌다. 무의식중에 각오가 새나온 모양이다.
◇ 파생규제 3차례 걸쳐 푼다…"거래세 대신 소득세는 찬성" 최 이사장은 사실상 고사(故死) 상태인 파생상품 시장을 살리고자 올해 세 차례에 걸쳐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에는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세계 기준대로 소득 과세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말했다.
업계에선 파생상품에 대해 거래세든, 양도소득세든 세금을 매길 경우 가뜩이나어려운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는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에 "물론 그렇게 치면 과세 안 하는 게 최고"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소득세 부과에 찬성한다는 이율배반적 입장을 내놓은 것은 세수를 확보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였다.
다만 파생상품 거래세에 대해선 도입돼선 안 될 제도라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파생시장은 거래세를 매기면 직격탄을 맞는다"면서 "소득과세가거래세보다는 충격 효과가 적다"고 말했다.
정부는 파생상품에 0.0001%의 거래세를 부과하는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국회에제출한 상태다. 최 이사장의 입장은 거래세보다는 소득세가 업계에 미치는 충격이덜하다는 국회의 입장과 궤를 같이했다.
그는 "거래세는 유예했으면 좋겠고, 정 해야 한다면 낮은 세율로 소득과세를 해나가되 시행시기는 2016~2017년 등 시장 활성화 이후로 했으면 한다"면서 "소득세에(여건에 따라 최대 30%까지 인상·인하가 가능한) 탄력세를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민영화·IPO 계속 추진…수익다변화 노력도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지정 유지 결정으로 무산된 거래소의 민영화와 기업공개(IPO)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선진국은 과감하게 민영화로 가고 있고 거래소 산업을 하나의 금융산업으로 키워나가고 있다"며 "우리도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해외 거래소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유동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방만경영 중점관리대상기관 중 하나란 '낙인'을 지워내는것이 선결조건이다. 이미 한국거래소는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올해 예산을 작년도대비 30% 이상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고임금으로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거래소가 사상 최악의 불황을 맞은증권업계와 고통을 분담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업계는 성과급이 있지만, 우리는 (거래부진으로 인한 경영평가 악화로) 성과급이 사실상 없다"고만 답했다.
최 이사장은 "증시 거래금액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성과평가지표로 들어가 있다"면서 "현재는 거래소 수익의 75%가 거래금액에 연동돼 있지만,앞으로는 정보화 사업, 상장유치 활성화 등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3일부터 개시되는 장외파생상품 청산서비스에 대해서도 "의무 시행시점인 6월부터는 수수료를 받기 시작할 것이며, 2~3년 정도가 지나면 제대로 수입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빈발했던 전산사고와 역시 내달초 도입되는 차세대 매매체결시스템 '엑스추어플러스'(EXTURE+)의 안정성에 대한 질문에는 "IT가 100% 완벽성을 보장할 수는없는 만큼 매일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쳤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취임 약 5개월째를 맞는 최 이사장의 마음은 썩 편해 보이지 않았다. 맥빠진 주식시장 탓도 있으려니와 현안도 쌓여 있기에 그럴 법하다. 최근엔 독감까지 앓았다고 한다.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주식시장 되살아날 수 있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prince@yna.co.kr yuni@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